국정자원 화재 불똥 튄 ESS 시장, 확대 정책 신뢰성 흔들리나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9.29 14:58  수정 2025.09.29 16:32

국정자원 UPS 리튬이온 배터리서 발화, 22시간 만에 진화

2019년 ESS 연쇄 화재 사태 악몽 재현 우려

업계 “ESS 직접 연결은 과도”…전문가 “구조적 위험 여전”

노후 배터리 교체·보급 속도 조절 등 근본 대책 필요

지난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UPS(무정전 전원장치)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여파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전체로 확산되며 불신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ESS 시장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터진 이번 사고는 2019년 대규모 ESS 화재 사태를 연상시키며 시장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ESS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하고 있으며 업계는 시장 불안감이 ESS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돼 진화에만 22시간이 걸렸다. 해당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4년 생산해 LG CNS에 납품된 제품으로 사용연한 10년을 넘긴 상태였다. LG CNS가 지난해 정기 검사에서 교체를 권고했으나 실제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정자원은 올해 6월 정기 점검에서 이상이 없어 계속 사용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선을 제거하다가 쇼트(전기 단락)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국정자원은 “전원을 끊고 40분이 지난 뒤 불꽃이 발생했다”며 이 주장에 선을 그었다.


“2019년 화재 악몽 되살린 ESS 불안”


정부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할 수단으로 ESS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23기가와트(GW) 규모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1조원 규모의 1차 사업 입찰이 마무리됐고 연말에는 2차 사업 입찰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ESS 역시 UPS와 마찬가지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2017~2019년 발생한 ESS 연쇄 화재로 국내 시장이 사실상 멈췄던 전례도 있다. 당시 정부는 신규 설치를 중단하고 전수조사에 나섰으나 뚜렷한 원인 규명이나 근본적 안전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이처럼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UPS의 화재가 다시 ESS 시장의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업계 ‘과도한 연결’ 주장…전문가들 엇갈린 시각


배터리 업계는 사고 원인을 ESS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최근 ESS에 주로 사용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과거 화재를 일으킨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긴 배터리였고 이미 교체 권고도 있었던 만큼 제조사 결함이라기보다 관리 부실 가능성이 크다”며 “ESS 시장 위축으로 곧장 이어지는 건 과도한 해석이지만 이미 시장에서 불안감이 형성된 건 사실이라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 역시 “UPS 화재를 ESS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과거 NCM은 밀도가 높아 화재 위험이 있었지만, LFP는 서지 전압을 흡수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LFP 배터리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 종류이며 화재 위험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LFP 배터리가 불이 안 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여전히 화재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대 황용식 교수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 “일어난 결과물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며 “업계는 관련성이 없다고 발뺌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안전 체계를 마련하는 데 업계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과속·노후 배터리 교체"…근본 과제 부상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ESS 보급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고 있다.


이덕환 교수는 배터리 기술이 아직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라며 이를 과속으로 보급할 경우 오히려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조 단위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설치한 ESS 시스템이 불과 몇 년 만에 신기술에 밀려 교체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보급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UPS 화재와 같이 10년이 지난 노후 배터리 시스템의 교체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수 조사는 무의미하며 사용 연한이 지난 배터리 시스템은 교체 외에는 답이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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