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해외사업장 점검 가능성…최태원, APEC CEO 서밋 준비
정의선·구광모, 미국발 위기 대응 및 하반기 경영 구상 집중할 듯
올해 추석 연휴(10월 3∼12일)에도 재계 총수들은 하반기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미국 관세 정책과 상법·노동법 개정 등으로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하반기 경영 전략과 내년도 사업 청사진을 구상하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연휴 기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총수·수장들은 최장 열흘의 연휴 기간 동안에도 '숨 고르기'보단 '전략 점검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추석에도 '명절 해외 출장'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매년 명절 전후 해외 주요 거점을 직접 찾아 사업장을 점검하고,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점검해 왔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폴란드를 찾아 연구소와 가전 생산공장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같은 해 설 연휴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살폈다.
올해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것을 계기로 설 연휴 한 차례 건너뛰었던 해외 출장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무죄 확정 이후 한미경제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등 국내외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10월 28∼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2025'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을 이번 행사에 초청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11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그룹 연례행사인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앞서SK그룹의 조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 방향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통상 10월에 내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CEO세미나를 개최한 뒤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CEO 세미나 일정이 연기된 만큼, 신임 CEO 체제를 반영해 인사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차의 북미 생산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있었던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 여파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광모 LG 회장은 최근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진행한 만큼, 조용한 연휴를 보내며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지난 24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LG에 '위기'임을 지적했다. 위기 의식을 주요 CEO들과 공유한 구 회장은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사업 전략 강화 방안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추석 연휴 해외 현장 점검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및 정기선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은 외부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추석 이후 재계는 본격적인 연말 인사 시즌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그룹은 9~10월 사이에 내년도 사업 계획을 확정하며, 이에 맞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한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술 패권 경쟁 심화로 '성과 중심 인사'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은 주요 그룹들이 내년도 사업 구상을 마무리짓는 시기와 대체로 맞물린다"면서 "휴식과 전략 점검을 병행하며 그룹의 미래를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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