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참여성·화제성…'옥쇄장전 필리버스터' 국민의힘 성패의 '3대 관건'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9.28 06:10  수정 2025.09.28 06:10

국민의힘, 與 폭주 맞서 '무한 필리버스터'

박수민, 17시간 신기록…유상범 발언 시작

최장 '69박70일 필리버스터'로 '대여 압박'

"일관성·참여성·화제성이 성패의 관건"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대여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협치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최장 70일 동안 필리버스터를 해서라도 여당에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당 안팎에선 필리버스터가 야당이 유일하게 여당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점과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관성·참여성·화제성의 '3대 요소'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오후 7시께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민주당이 검찰청을 파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를 강제 종료시키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을 일방 통과시킨 직후 이 법안마저 상정하자, 예고했던대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것이다.


국민의힘은 사흘 연속 필리버스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오후 6시 30분께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첫 주자로 나섰던 박 의원은 26일 오전 11시 42분까지 약 17시간 12분 동안이나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역대 최장 기록(직전 기록 15시간 50분)을 갈아치웠다.


내용도 호평 일색이었다. 박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개편급에 가까운 중대형 대폭 개혁인데 어떻게 이런 걸 열흘 만에 하자고 하느냐"며 "검찰청 간판을 떼고 공소청·중수청을 만든다고 하면 1만3000명의 검사와 수사관은 일손을 놓지 않겠느냐"라고 정부·여당을 직격했다.


또 필리버스터 도중 방청을 하러 온 초등학생들을 향해 덕담을 건네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지금까지의 시간을 살아오신 분들이고 여러분들은 지금부터의 시간을 살아가시는 분들"이라며 "여러분의 미래는 지금껏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시간"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당내에선 박 의원의 이 같은 희생이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환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박 의원은 처음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말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진심을 전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흐트러짐 한 번 없이 개악입법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늘어놓는 모습은 분명히 울림을 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법 개정안 뿐 아니라 여당이 추진하는 모든 법안에 무한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비쟁점 법안도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앞으로 법안의 내용에 따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동욱 최고위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비쟁점법안 69개 전체에 대해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얼마나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분들께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최고위원의 말대로 69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최장 69박 70일간의 필리버스터가 국회에서 열릴 수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24시간 가능하기에 1개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최소 24시간이 걸리게 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전략으로 국민의힘이 노리고 있는 건 민주당의 부담감을 키우는 것이다. 과거 국민의힘이 특정 법안에만 필리버스터를 하며 그 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엔 모든 법안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더 부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또 필리버스터 대상이 확대될 경우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안이 통과되거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이 있는데 이를 놓치게 될 경우 모든 책임은 정부·여당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전략이다. 실제로 필리버스터는 과반 의석인 민주당의 법안 통과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다수의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회가 이렇게 돼선 안 된다는 것과 법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되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란 점을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70일이나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면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치권과 당 안팎에선 필리버스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야당이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필리버스터를 조자룡 헌칼 쓰듯 활용하다가는 국민들의 관심(화제성)이 환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서다. 아울러 의원들의 참여도(참여성)와 일단 투쟁 방향을 결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것(일관성)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우리 당이 진짜로 국민을 위한다는 메시지를 필리버스터를 통해 줄 수 있으려면 우리가 진심으로 임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미 조별로 나눠놓은 만큼 쉽게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서 우리조차 관심 없다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실 필리버스터는 큰 효과는 없지만 이런 방법까지 해서 국민들한테 지금 민주당이 입법 과정에 이 문제점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관철시키려면 일관성 있는 모습이 중요하다"며 "진짜로 국민들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방향의 발언들이 계속해서 나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필리버스터가 화제성을 끌려면 시간으로 하는 게 있고 내용이 좋은 게 있는데 진짜 국민들이 관심이 있어 보이게 하는 내용을 꺼내는게 더 중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복수와 같으 정치적인 메시지보단 진짜 민생에 문제가 되는 점을 꼬집어 주는게 더 좋은 방향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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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권에게 똥바가지 퍼부은 김두한의원이 그립다. 필리버스터도 좋지만 할복도 필요하다. 사즉생이요, 생즉사 아닌가!
    2025.09.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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