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세 할머니 "나를 연구해 달라"…그 결과는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09.27 04:17  수정 2025.09.27 04:17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가 지난해 117세로 사망한 스페인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의 장수 비결이 나왔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조제프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와 바르셀로나대 연구진은 브라냐스가 사망하기 1년 전 채취한 혈액·타액·소변·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연구는 브라냐스가 세상을 뜨기 전 "나를 연구해 달라"는 본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19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브라냐스는 1915년 스페인 카탈루냐로 이주했다. 그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으며 113세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했다. 지난해 117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세계 최고령자였다. 그의 아들은 52세에 사망했지만, 두 딸은 현재 92세, 94세다.


연구에 따르면 브라냐스에게는 뚜렷한 노화 징후가 있었다. 염색체 말단의 보호막인 텔로미어는 극도로 짧았고, 면역 체계도 노화로 인한 염증 반응과 백혈병 위험 요인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그의 유난히 짧은 텔로미어가 세포 분열을 제한해 암 발생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DNA 분석에서는 심장과 뇌세포를 질환과 치매로부터 보호하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전신의 염증 수치가 낮아 암·당뇨병 위험이 낮았으며, 콜레스테롤과 지방 대사도 원활했다.


연구진은 장수 요인으로 '유전적 요인'을 포함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목했다. 브라냐스는 비만이 아니었으며, 평생 흡연·음주를 하지 않았다. 요구르트를 즐겨 먹었으며 가족·친구와 꾸준히 교류하며 사교생활을 했다.


연구를 이끈 마넬 에스테예르 박사는 브라냐스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보다 최소 10~15년 젊었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병들지만 브라냐스는 예외였다"며 "좋은 유전자의 효과를 모방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브라냐스의 부모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줬지만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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