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화관 탐방기㉖] 인디플러스 포항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공연장에서 복합예술공간으로
경북 포항의 중심가에 위치한 인디플러스 포항은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독립·예술영화를 전용으로 상영하는 공간이다. 공연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으며, 1층에는 전시실, 2층에는 북라운지를 갖춘 복합예술공간으로 운영된다. 상영관은 262석 규모로, 작은 공연장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포항문화재단이 직접 운영하다 보니 사설 독립영화관보다 공공적인 성격이 강해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누구나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라운지에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휴관일에도 화장실과 쉼터를 열어두죠. 사람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디플러스 포항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서울의 독립영화관들이 20~30대 관객 위주라면, 이곳은 시니어층부터 가족 단위까지 폭넓은 관객층이 꾸준히 찾는다.
“서울 독립영화관에 가보면 확실히 젊은 세대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는데, 포항은 조금 달라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 한국 영화 위주의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하려고 합니다. 특히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해 한 달에 한 작품은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채우고 있어요.”(김아현 프로그래머)
매월 테마를 정해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월간 인디플러스’라는 이름의 기획전은 계절과 지역 특성을 살린 주제로 꾸며진다.4월 식목일에는 식물 관련 영화, 5월 가정의 달에는 매주 토요일 DVD 무료 상영,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전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 9월 양성평등주간에는 젠더 관련 기획전이 진행됐다.
“너무 뻔한 주제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선에서 영화를 선보이려고 해요.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획전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김아현 프로그래머)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관객 투표 기획전도 전개 중이다. 관객들이 프로그래머가 되어 12편의 작품을 선정하고, 투표로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이 고른 영화를 함께 본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덕분에 새로운 관객층도 많이 유입됐습니다.”(김아현 프로그래머)
포항 시민들에게 인디플러스 포항은 영화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공간은 과거 시민회관 건물로, 부모 세대의 추억이 서린 장소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상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부모님들이 자녀와 함께 와서 ‘여기가 예전에 이런 공간이었어’라고 이야기하시는 걸 자주 봐요. 세대를 이어주는 장소가 된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더욱 뜻 깊은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죠.”(정호택 대리)
AI 시네마 캠프,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 단편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교육·제작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또한 영화 동아리 ‘시너지’는 올해 7기를 맞이했다. 연말에는 활동 결과를 모아 매거진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창작과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어요. 그런 활동들이 지역 영화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정호택 대리)
향후에는 영화와 다른 장르 예술을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영화 음악회를 로비에서 열거나, 전시실에서 미술 전시와 영화 기획전을 함께 진행하는 등 복합적인 시도를 준비하고 있어요. 포항문화재단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예술 경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정호택 대리)
누구나 편히 들르는 열린 영화관을 꿈꾸며
포항 유일의 독립예술영화관으로, 인디플러스 포항은 지역사회에 문화 향유의 기회를 넓히고 문화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CGV 같은 상업 영화관이 옆에 있지만, 저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어요. 작은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만 상업영화도 성장할 수 있거든요.”(김아현 프로그래머)
인디플러스 포항은 앞으로도 지역과 관객의 다채로운 참여를 통해 영화가 중심이 되되, 영화만으로 한정되지 않는 열린 복합예술 공간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길 바라고 있다.
“저희 공간이 계속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 말처럼, 누구나 편하게 들르고 머무를 수 있는,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정호택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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