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하나에 실린 책임…찰리 커크 향한 '연예인 추모'가 남긴 질문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9.19 09:20  수정 2025.09.19 09:21

최근 슈퍼주니어 최시원, 배우 진서연, 원더걸스 출신 선예 등 다수의 연예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총격으로 피살된 미국의 극우 성향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정치적 의도는 없었으며, 한 생명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애도”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연예인의 사회적 표현이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는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지면서다.


찰리 커크는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유타밸리대학교에서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그는 보수 성향의 청년 단체 ‘터닝 포인트 USA’의 설립자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다. 생전 그는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 낙태 및 동성애 반대, 총기 규제 완화 등을 주장하며 미국 사회 내에서도 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특히 그의 발언들은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국내 연예인들의 추모가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비록 한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순수한 의도였을지라도, 그 대상이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야기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중은 단순한 추모 이상의 ‘정치적 동조’로 해석할 여지를 본 것이다. 비판 여론은 이들이 커크의 극단적인 정치 성향과 혐오 발언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그를 추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의 사상에 동조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연예인들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즉시 게시물을 삭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최시원은 “그는 그리스도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 한 사람의 남편이었다. 어떤 상황이었든 그가 수많은 대학생 앞에서 강연 중 총격으로 생명을 잃은 일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너무 마음 아픈 비극”이라고 해명했고, 선예도 “비극적 총격 살인을 당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아내의 호소가 담긴 영상을 보고,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같은 한 사람으로서 먹먹한 마음으로 추모글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논쟁은 ‘의도를 오해받은 실수’와 ‘의도적 신념의 표현’ 사이에서 의문을 남기며 쉽게 꺼지지 않는다. 실제로 연예인의 행동이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연예인의 옷차림이나 SNS 게시물, 발언 등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다. 이는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때로는 과도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자신의 신념을 용기 있게 드러내는 ‘소신 표명’의 사례도 존재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거나,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명확히 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기본권이므로, 연예인이라 해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파급력을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있다. 특히 그 추모 대상이 청소년에게 자칫 편향적 사상을 심어주거나, 특정 이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찰리 커크 추모 논란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SNS의 발달로 연예인과 대중의 소통이 활발해진 오늘날, ‘좋아요’ 한번, 짧은 글 한 줄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메시지가 왜곡되거나,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좋아요’ 하나에도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대, 연예인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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