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뉴시스
▲조희대~한덕수 회동설, 수사 대상이라더니…근거 없었나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 이른바 '윤석열 파면 직후 회동 제보'에 거론된 모든 인물들이 회동설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들은 단순히 회동만 부인한 게 아니라, 서로 간에 친분이나 일면식이 없다고까지 설명했다. 특검 수사 대상으로까지 거론됐던 의혹이, 헌법상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대정부질문에 기댄 근거 없는 폭로는 아니었는지 풍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제보'에 거론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이어갔다. 특검 수사까지 촉구했다.
이 사안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폭로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그 발언이 새나가면 모두가 공도동망(共倒同亡)하는 극소수의 당사자들 사이에서의 대화가 어떻게 '제보자'에게 흘러들어갔는지가 의문이 된다. 폭로 자체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 헌법 제45조에 따라 면책특권이 적용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통해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내서 "대법원장은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단언했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의혹 제기 자체로 대법원장 자격은 이미 잃었다며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만큼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내란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특검은 내란 쿠데타에 이은 사법부 쿠데타의 연계성을 반드시 파헤쳐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조희대 사법 농단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의혹 날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어 "야당이 공격하고 대통령실도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한 것은 반헌법적이고 대통령의 탄핵 사유까지 된다"며 "무슨 만남이나 식사 그런 내용 하나 가지고 비틀어서 대법원장 사퇴까지 몰고 가려는 저열한 방식은 민주당이 늘 쓰는 방식이다. 그 부메랑은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임기를 무시하고 입법 권력이 사법부 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 헌정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헌법 파괴 행위"라고 규탄했다.
▲"정부수립 77주년 최악 추태" "유신 때도 없던 일"…추미애 '나경원 부결' 후폭풍
국민의힘이 법사위의 교섭단체 간사로 나경원 의원을 선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부결시킨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당사자인 나경원 의원은 유신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라고 반발했으며, 국민의힘도 추미애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야당 입틀막, 독단편파 회의진행, 소위 강제배치, 국회법 위반 '추미애 법사위'가 야당 간사 선임까지 부결시키며 새 흑역사를 또다시 기록했다"며 "정부수립 77주년 사상 최악의 추한 추태가 벌어졌다"고 규탄했다.
이어 "다수 여당이 야당의 간사 선임을 숫적 우위로 무기명 투표의 허울을 쓰고 짓밟은 것은 유신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라며 "여당이 야당의 간사를 직접 고르겠다는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추미애 위원장 주장대로라면 온갖 사건 무마·재판 청탁·친인척 특혜·배우자 전관예우·국민 사망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로 얼룩진 여권의 법사위원들도 진작에 법사위를 떠났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국회 견제 기능을 무력화했던 유신 때에도 야당 간사까지 정치적으로 말살한 사례는 없다"고 혀를 찼다.
국민의힘도 이날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상임위 간사 선임은 여야를 불문하고 상대 당이 추천하면 존중해 의결하는 것이 오랜 불문율이었음에도, 민주당은 이를 무시한 채 다수결을 앞세워 나경원 의원의 간사 선임안을 표결로 부결시켰다"고 개탄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태의 중심에 선 추미애 위원장의 태도"라며 "6선 의원이자 판사 출신인 추 위원장이 간사 선임 절차를 분명히 알면서도 민주당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 무기명 투표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치의 상징인 법사위를 한낱 개딸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면 그 자리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나경원 의원의 형사 구형, 과거 발언, 이해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같은 논리라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은 이재명 대통령부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더구나 지금 법사위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변호했던 의원이나 현재 재판 중인 인사들이 태반이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태도에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은석 수석대변인은 "게다가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경기지사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이라며 "법사위에서 보여준 무리한 표결 강행과 대법원장 사퇴 압박은 결국 지방선거 공천을 노린 정치적 욕심이자 민주주의와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탄식했다.
또 "국회는 권력투쟁의 무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헌법적 가치와 절차를 지켜내는 곳"이라면서 "민주당은 법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장 먼저 짓밟고, 의회 독재와 사법 장악이라는 위험한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은 이 모든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당이 지금 즉시 폭정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민주당의 반(反)민주적 행태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혁신당 "조국, 내년 선거 출마 재검토"
조국혁신당이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의 내년 지방선거 혹은 재보궐선거 출마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17일 CBS 라디오 '뉴스쇼'에서 "(혁신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내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가운데 조국 비대위원장이 출마할 지 묻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작은 당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연대 협력을 논의한 뒤 큰 방향이 설정되면 조국이라는 대표 주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판단할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성 비위 논란이 터지면서)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탄식했다.
다만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일부 민주당 의원이 필요성을 제기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관심 조차 사라진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창당할 때부터 거대 양당의 극단적 진영 정치에 따른 심각성을 인식해 다당제를 통해 정치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합당 문제에 대해 (반드시 합당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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