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 이재명의 황당한 국가 3권 서열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17 07:07  수정 2025.09.17 07:07

국회가 국체와 정체도 바꿀 수 있나?

사법국가화, 정치가 부추겼을 텐데

불법도박·음란댓글 탓이라 들었는데

국회를 상징하는 봉황 표장을 배경으로 민주당 점퍼를 입은 채 법봉을 들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합성 사진. ⓒ이준석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른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성’ 논란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거예요. 위헌 얘기하던데 그게 뭐 위헌이에요.”

국회가 정하는 법은 절대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말로 들려 섬뜩하다.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그러니까 국회가 정하는 법률의 구조 속에서만 사법부는 그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인데, 듣느니 처음인 학설이다. 이런저런 말로 구슬리다가 안 통하면 “쓸데없는 트집 잡지 마”라며 입을 막아 버리는 게 좌파적 설득의 정해진 코스다. 입법권이 최고 권력이라면 법률 제·개정을 통해 대통령제 민주정을 세습 왕정으로 바꾸는 것도 입법부의 권한 내에서 가능하다는 것인가?


이 대통령은 ’국민의 주권 의지’라는 것을 내세워, 거기에 입법·사법·행정 3권의 정당성을 귀일시켰다. 헌법 제1조 제2항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새삼 ‘국민의 주권 의지’라니? 정부 명칭을 ‘국민주권정부’로 정했다던데 이전엔 ‘국민주권’을 부인하는 정부들만 있었다는 것인가?

국회가 국체와 정체도 바꿀 수 있나?

그는 이런 주장도 했다.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이다. 국민주권이다. (그다음으로)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 (순이다). 이것을 우리가 가끔 망각한다.”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망각’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지 모르겠다. 그는 입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말했지만 방점은 국민 직접 선출 권력으로서의 대통령에 방점을 두는 인상이 짙다. “행정부 역시 국민으로부터 집행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입법과 사법이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라는 것인데 최고의 권력자는 국민을 들러리 세운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직접 선출을 권력 서열화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선거제도의 의의에 대한 오해이거나 무지 혹은 무시다. 투표에 반영되는 국민의 의지는 통일된 것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49.42%나 마찬가지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41.15%도 국민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다. 당연히 선거는 절대 권력자를 정하는 게 아니라 선의의 대표자를 뽑는 절차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인민’ 혹은 ‘국민’을 내세우지 않은 독재는 없었다. 국민의 뜻이 선거로 표출된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 권력을 부여한다는 생각은 억지다. 5년간(대통령), 또는 4년간(국회의원) 시한부로 권한을 위임할 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선한 의지를 가지고 양심적으로 그 힘을 행사할 의무를 동시에 부과한다.


‘직접 선출 권력의 우위’ 주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빈곤을 그대로 드러낸다. 근대 의회정치의 등장과 성립은, 절대왕정의 자의적 통치권 행사가 그 사회 구성원에 의해 제어돼야 한다는 신민(臣民)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영국 의회나 프랑스 의회의 성립 및 발전 과정이 보여주고 말해주는 바가 그것이다.


사법부는 의회의 하위 권력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권력 분립의 이념과 필요성에 따라 성립되었다. 권력분립론은 서열과는 상관이 없다. 권력의 집중·독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만약 여기에 서열의 논리가 개입된다면 ‘권력분립’ 체제는 붕괴하고 만다. 국회와 정부가 ‘직접 선출 권력’으로 상위에 있고, 사법부가 그들이 정하는 틀 속에서만 작동돼야 한다면 그게 무슨 권력분립인가? 절대적으로 대등한 관계(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야 말로 권력분립체제 유지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사법국가화, 정치가 부추겼을 텐데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사법국가가 되고 있다”는 황당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측은 정부 소속(검찰 경찰)이나 그 영향을 받는(공수처) 수사기관이고. 이들을 압박하거나 몰아대는 쪽은 정권과 정치세력들이다. 법원이 마치 수사권 기소권을 행사하듯 말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이 사법부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품었으리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 임박해서 대법원이 그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 ‘유죄취지의 원심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으니 시쳇말로 이가 갈릴 만도 했다고 본다. 서울고등법원이 공판 연기를 해줬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고 재판을 강행했다면 대선 출마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고매한(?) 정치이론이 사감(私憾)에 의해 오염됐을지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 원장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재판을 지연시켜 내란범을 보호하고 있다’라는 이유다. 대통령실이 ‘원칙적 공감’이라고 호응(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했다. 정부 여당이 야당과 사법부·검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는 형국이다. 기존의 정치·사법 질서를 일거에 뒤집어엎어 놓겠다는 기세인데 제풀에 주저앉기 전엔 제어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격한 감정은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검찰 수사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기어이 검찰 해체 방침을 결정했다. 당초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대검 중수부 폐지를 끈질기게 요구했었다. 그게 관철되자 특수부 해체에 열을 올렸다. 정치인 수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과거의 불경죄를 물어 아예 검찰을 해체하고 공소청으로 축소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함께 치외법권을 누리자”라는 것인가?


공소청으로 바뀌면 검찰총장이 아니라 공소청장이 될 텐데 그것도 문제가 없다는 게 추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차진아 교수가 “검찰총장은 검찰청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검찰청도 헌법기관이라고 봐야 한다”는 소견을 피력했으나 적지 않은 학자·법률가들이 민주당 역성들기에 바쁜 모습을 보인다. 논리적 다툼에서 이기는 게 정의라고 여기겠지만 ‘그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몰라서 이러는 것은 아닐 터이다.


공수처, 중수청, 국가수사본부로 수사권을 분산시켜놓으면 정치인들은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을까? 천만에! 특정 정치인과 정치세력에 의한 ‘권력이동’의 한 양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반감을 있는 대로, 직설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물론 보수 언론들이 해당된다.

불법도박·음란댓글 탓이라 들었는데

“우리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화천대유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사람 때문에 아직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 멋대로 써서 아주 인생을 망쳐 놨다.”

언론 보도로는 상습도박, 음란댓글 등의 혐의였다던데 그게 오보였다는 얘기인가?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아들의 이 같은 혐의들과 관련해 ‘제 아들의 못난 행동’이라며 사과하기까지 하더니 불과 8~9개월 사이에 잊어버렸다는 것인지 뭔지…. (하긴 ‘화천대유 취직’ 보도 때문에 진작 취업 길이 막혀 있었다는 뜻일 수도 있기는 하겠다.)


‘멋대로 써서’ 한 젊은이의 인생을 망쳐 놓았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 문제는 덮고 가겠다는 것인지 짐작이 안 된다. 그야말로 ‘이 대통령 마음’이니까. 어쨌든 언론계를 현 체제 순응 집단으로 순치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방송 3법 개정은 이미 완결됐고, 이진숙 방송통신 위원장 축출도 머지않다. 당초 언론중재법에 규정하려다 정보통신망법으로 넘겼다지만 어쨌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마련된다. 언론을 손에 쥐면 장기(나아가 영구) 집권이 가능해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추신(追伸)>


바로 어제 일어난 사태인데, 추 위원장이 이끄는 국회 법사위가 나경원 의원의 국민의힘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켰다. 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면회하는 등 사실상 ‘내란 옹호’ 행보를 보였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그로 인해 ‘징역 2년’이 구형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나 의원을 겨냥 “무슨 염치로 법사위에…”라며 “퇴장”이라고 썼다. 민주당! 역시 대단한 강심장이다. 대법원에서 사실상 유죄 판결이 난 이 대통령은 기어이 출마해 대통령이 됐다. 도대체 이 정치세력의 기준과 원칙은 뭔가?


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장기간 단식을 하고, 전체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읍소하는 문자를 발송했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스스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어제 한밤중, 그러니까 조금 전에 구속됐다. 구속 사유는 ‘증거인멸 우려’라고 했다.


이런 사태들이 바로 정권 상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국민의힘은 절감하고 있는가? 앞으로 남은 2년 8개월여의 국회 임기 동안 국민의힘 의석이 몇 석이나 남게 될 것인지 진지하게 걱정해 본 적은? 저지선이 무너져 개헌이 강행될 때 대한민국 정치의 제도와 지형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이제부터라도 고민 좀 하시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배지 무게보다 자유우파 국민들 비원(悲願)의 무게가 비교할 수 없이 무겁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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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명아, 이러다가 2030을 시작으로 자유민주화를 위한 혁명이 일어나면 어쩌려고 그러니? 너 그러다가 한방에 훅 간다, 쩌기 네팔처럼~~
    2025.09.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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