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유엔총회行…구금은 일단락, 관세 협상 교착에 복잡해진 한미관계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9.17 04:05  수정 2025.09.17 04:05

7월말 합의 발표에도 여전히 서명 미완료 상태

국익 우선…기업 손해 강요하지 않겠다 재확인

투자 불확실성 해소 못하면 기업 리스크 될 수도

유엔총회 한미 정상 접촉 여부가 향방 가를 듯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 지난달 말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불과 한 달 만의 재방미이지만, 외교 지형은 녹록지 않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우리 근로자 구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그 여진은 관세 협상을 중심으로 이어지며 한미 간 통상·외교 현안을 복잡한 조율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다시 마주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 간 재회가 성사될 경우 막힌 협상 국면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말 무역 협상을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이야기가 잘 된 회담"이라는 평가까지 내놨지만, 아직 합의문 서명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서 최종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정 국가와의 협상이 이렇게 오래 교착된 게 처음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국익에 관한 대통령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어 "시한에 쫓겨서 기업들이 크게 손해 볼 일은 대통령이 사인(서명)할 수 없다"며, 협상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합의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추상적으로는 국익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기업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과 똑같이 미국에 가서도 기업이 돈을 벌어야지, 미국에 돈을 퍼주러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된 기조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 문서화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좋으면 사인해야 되는데 우리에게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며 "사인을 못했다고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나는 어떠한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미일 무역 합의 이행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경제협력의 한 축을 담당하기로 했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조선협력과 관세 인하 협상의 핵심 의제로 거론됐지만, 최근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우리 기술자 대상 대규모 이민 단속·구금 사태가 기업들의 인력 파견 구조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 비자 발급 및 체류 자격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으나 현장의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동맹국 국민이 현지에서 쇠사슬에 묶여 연행되는 장면은 충격을 안겼고,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투자 과정에서 언제든 유사한 제도적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 전반에도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미 양국 정상이 지난 7월 관세 인하와 대미 투자 확대에 기본 합의를 했음에도 3500억 달러 규모 투자안의 세부 내용, 운용 방식 등은 후속 협상 과제로 남아 있다. 이 같은 부담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규모 대미 투자가 오히려 기업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튿날에는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인공지능과 국제 평화·안보'를 주제로 공개 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아직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의 공식 만남은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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