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밖 서민, 불법 사금융 늪으로…금융취약층 위기 [6.27 후폭풍③]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9.11 07:02  수정 2025.09.11 09:20

지난해 불법 사금융 유입 최대 6만1000명…이용 금액 최대 7900억원

피해·신고 상담 상반기에만 9842건…급전 필요한 서민 늘어난 영향

"불법 사금융, 경제적 파탄 위험 높여…신용 악화 등 사회적 부작용도"

"제도권 금융 문턱 낮춰야…정부 차원 불법추심 근절 대책 수립 필요"

정부의 6·27 대책 이후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6·27 대책' 이후 금융권에서는 고신용자 중심 대출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예금담보대출, 자동차담보대출 등 '불황형 대출'까지 등장했다. 생활고와 경영 부담에 몰린 서민들이 예금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맡겨 급전을 마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등 제도권 금융에서 갈 곳을 잃고 있다. 데일리안은 결과적으로 서민은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서민금융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6·27 대책 이후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지만, 서민들의 자금조달 경로가 사실상 막혀 사회적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대출 총량 억제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서민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2만9000~6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3800억~7900억원으로 추정됐다.


해당 설문 조사는 저신용자(신용등급 6~10등급) 중 최근 3년 이내 대부업 또는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거나 현재 이용 중인 1538명으로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중 72.3%는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도 71.6%에 달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 당국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상담은 984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건수(1만5397건)의 63% 수준으로, 불과 반년 만에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항목별로는 미등록 대부업체 신고가 4974건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채권추심(25.2%), 고금리(9.4%), 불법 광고(6.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6.27 대책과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여파로 금융권이 신규 대출 취급을 조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향한 결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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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갈 곳이 사라진 셈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줄이 막히자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불법 사금융은 온라인 플랫폼과 메신저 앱을 통한 은밀한 영업 방식을 활용한다. 여기에 대포폰·대포통장을 동원해 단속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아 수사기관의 추적이 쉽지 않다.


또한, 차주들에게 연 2000∼3000%의 고리이자를 부과하거나 연체 시 피해자의 나체·합성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피해자 다수가 서민과 저신용자인 만큼, 금융 사다리가 붕괴돼 서민들이 '고리 사채'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출 총량 억제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6·27 대책과 대출 규제로 인해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서민과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몰리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사금융은 서민과 중저신용자들에게 고금리 부담과 추심 문제를 일으켜 경제적 파탄 위험을 높이고, 사회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생활고 심화와 신용 악화, 세대간 경제격차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막기 위해선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낮춰 금융 취약계층에 맞는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불법 사금융 단속 강화, 금융교육·상담 지원, 그리고 불법 추심 근절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6·27 대책이 가계부채 관리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금융의 포용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며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의 금융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가 병행돼야 지속가능한 금융 안정이 가능할 것"고 이라말했다.


그러면서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기조는 유지하되 저신용·청년층을 위한 별도 정책금융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 보증부 대출이나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같은 제도의 확대와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 교육과 상환 능력 제고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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