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자녀 특채 요구, 불공정의 대명사" 언급에
경제계,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법 입법 연계 해석
"균형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개 지적한 것"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조합원 자녀 특별채용'을 요구한 한 자동차 회사의 노조에 대해 "불공정 대명사"라고 콕 집어 비판했다. 정부·여당이 기업의 강한 우려에도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강행한 이후 노동계를 겨냥한 발언이라, 경제계는 이 대통령 발언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문제로 지적한 사례는 KG모빌리티 노조의 요구로 보인다. 해당 노조는 최근 퇴직 희망자 자녀를 특별 채용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고, 회사는 이를 수용해 추진하다가 논란이 되자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최근에 노조원 자녀에게 우선채용권을 부여하자고 하다가 말았다는 논란을 보도에서 본 일이 있는데, 이래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 경쟁은 기업뿐 아니라 노동 분야, 특히 취업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필수"라면서 "현장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힘이 있다고 현직 노조원 자녀 특채를 규정으로 만들면 다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채용'은 과거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기아는 2023년 4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유지해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기아 노사는 해당 조항에서 '정년 퇴직자' '장기 근속자' 문구를 삭제하고,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문구를 변경했다.
현대차도 2019년 임금·단체협약에서 사문화한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채용' 단협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친노동' 행보를 보여 온 이 대통령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조의 잘못된 관행을 공개 지적한 것 아니냐고 평가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최근 들어 노조에 태도 변화를 당부하거나 '중립'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노동계도 상생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노동계도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했고, 지난 4일 양대 노총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보고 노동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원청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 공포에 맞춰 나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앞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는 지난 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만나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등 정치권의 '반기업' 입법 조치에 대한 우려와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노조 측의 과도한 요구를 직접 지적한 건 균형 잡힌 시그널을 시장에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기업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법 강행으로 인해 산업계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는데, 대통령이 직접 노동계에도 책임을 강조한 건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르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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