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인공지능(AI) 장편영화 시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범죄도시’, ‘카지노’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신작 ‘중간계’가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임세종, 이무생 등이 참여한 이 작품은 국내 최초의 본격 AI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공간 ‘중간계’에 갇힌 영혼들과 그들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의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강윤성 감독은 AI 영화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제작비 절감과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제작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SF물은 제작 기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 투자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AI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앞으로 제작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간계’는 AI를 활용해 구현하기 까다로웠던 크리처와 초현실적 장면들을 완성했다.
이번 작품에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원 모어 펌킨’으로 대상을 수상한 권한슬 감독이 ‘AI 연출’로 참여했다.
AI 영화 제작 스타트업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을 운영하며 제작과 교육 활동을 하며 AI 영화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권한슬 감독은 강윤성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전통적 영화 문법과 결합한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 영화계는 이미 몇 차례 AI 영화의 가능성을 시험한 바 있다. 생성형 AI 공모전을 통해 제작된 옴니버스 단편 ‘나야 문희’와 ‘M호텔’이 극장에서 상영되며 관객과 만났지만, ‘나야 문희’는 수상작 5편을 묶어도 17분에 불과했고 ‘M호텔’ 역시 7분 짜리에 머물렀다.
반면 ‘중간계’는 러닝타임만 60분에 이르는 본격 장편으로, 상업영화에서 흥행을 입증한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중적 인지도의 배우들까지 합류했다. 단순한 실험을 넘어 산업적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계가 직면한 인력·예산 구조 위기에 대한 돌파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 영화는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 인력 유출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AI 활용은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동시에 ‘창작의 주체가 누구인가’, ‘AI 활용으로 인한 고용 축소와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윤리적·산업적 과제가 뒤따랐다.
‘중간계’는 AI가 상업영화로 제작되면서, 한국 영화계에서도 관련 논의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이라는 현실적인 위기 속에서, AI가 대안으로 자리 잡을지, 또 다른 과제를 안길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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