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언스,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700억원 기술수출 계약
비만·항암 등 전문 분야 가진 R&D 자회사, 신약 개발 속도
"독립적인 수익 활동 통해 R&D 비용 자체적 확보 가능해"
국내 전통 제약사 일동제약그룹이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 ‘아로나민’으로 대표되던 소비자 헬스케어(CHC) 중심의 사업 구조에 벗어나 계열사들의 R&D 파이프라인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9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의 항암 신약 개발 계열사 아이디언스는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에 대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5개국과 중동·북아프리카(GCC) 6개국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파트너는 러시아 제약·유통 업체인 란셋과 아랍에미리트의 쿼드리 파마슈티컬이다. 상용화 시 아이디언스가 파트너사에 베나다파입 완제의약품을 공급하고 각 파트너사들이 현지에서 해당 품목에 대한 허가 및 등록, 마케팅, 판매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번 베나다파립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총 5000만 달러(약 700억원) 수준이다. 향후 베나다파립이 신약으로 출시될 경우 현지 공급 대금 및 매출에 따른 로열티 수령과 글로벌 임상 3상에 EAEU 지역 환자군 참여 시 파트너사로부터 개발 비용을 지원 받는 사항은 별도로 설정돼 있다.
아이디언스 관계자는 “베나다파립의 가치를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라이선스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재 추진 중인 타 글로벌 권역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언스는 2019년 일동제약그룹 지주사 일동홀딩스가 자본금 5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항암 신약 전문 회사다. 신약 개발 전문화와 효율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아이디언스는 신약 물질 탐색에서부터 임상, 기술 수출 및 상용화 등 신약 개발 업무 전반을 전담한다.
아이디언스는 설립 이후 곧바로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동아에스티가 아이디언스가 추진하는 25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 지난해 말 기준 아이디언스의 지분율은 일동홀딩스 47.33%, 동아에스티 37.63%에 달한다.
일동제약그룹의 변화는 R&D 전략의 근본적인 전환에서 시작됐다. 특히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담당할 별도의 전문 개발회사를 설립하거나 주력 계열사인 일동제약에서 분사하는 전략을 핵심으로 삼았다. 이는 신약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실패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외부 투자 유치, 기술 협력 등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 아래 일동제약그룹은 ▲유노비아 ▲아이디언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아이리드비엠에스 등의 주요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유노비아는 비만치료제,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제조, 애임스바이오는 임상약리컨설팅 등 각자의 전문 분야를 확보해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디언스 또한 항암제를 중심으로 그룹의 R&D 핵심 전략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아이디언스는 이번 베나다파립의 기술 수출을 발판 삼아 기업 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 R&D 재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디언스는 올해 하반기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유노비아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물적 분할 방식으로 R&D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유노비아는 기존 일동제약이 보유했던 주요 연구개발 자산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토대로 사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술 이전 등의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유노비아는 최근 부상하는 비만치료제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유노비아의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은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 국내 임상 1상 결과 중간 용량에서 4주 만에 체중 6.9% 감량 효과를 보였다. 초기 임상 데이터에서 효능과 내약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투자 유치와 기술 이전이 회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그룹 관계자는 “자회사 중심의 전략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 R&D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 자회사가 기술 수출이나 투자 유치 등 독립적인 수익 활동을 통해 필요한 R&D 비용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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