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 "이의제기"…법적 구속력도 없어
업계 "장기간 소송보다는 공항서 철수가 효율적"
법원이 공항 면세점 임대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공항공사와 신라면세점에 대해 ‘임대료를 약 25% 인하해야 한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의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면세점의 공항 철수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5일 인천공항공사와 신라면세점의 법률대리인에 강제조정안을 전달했다.
법원이 제시한 적정 임대료는 기존 수준보다 약 25% 낮은 6717원이다. 이는 신라면세점이 제출한 객당임대료(8987원)보다 2270원 저렴한 수준이다.
법원의 결정대로 인하할 경우 인천공항공사는 신라면세점에 임대료 583억원가량을 깎아줘야하는 셈이다.
앞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부진, 개별 관광객 여행·소비 패턴 변화 등의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다며 임대료를 40% 낮춰달라는 내용으로 법원에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면세점 매출액은 92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다. 전월보다는 15.2% 줄었다.
반면 7월 면세점 방문객은 258만명으로 1년 전보다 9.2% 증가했다. 방문객은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실제 7월 면세점의 1인당 구매액은 35만6521원으로 지난해 7월 대비 16.3% 떨어졌다.
신라면세점과 함께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낸 신세계면세점도 조만간 강제조정 결정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제조정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인천공항공사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인천공항공사는 ‘인하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심지어 2차 조정기일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공항 면세점 입주 관련 국제공모에서 각 기업들이 임대료를 제시했는데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하면 공정성 훼손은 물론 배임 등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입장이다. 앞서 국제공모에서 탈락한 업체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2주 내 이의를 신청하면 조정안은 무효화되고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법원의 강제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면세점들이 할 수 있는 방안은 본안 소송을 통해 임대료 인하를 계속 요구하거나 아니면 아예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것 두 가지뿐이다.
업계에서는 본안 소송 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공항에서 철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면세점당 1900억원 수준의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매달 60~8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는 것보다 즉시 철수가 낫지 않겠냐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으로도 봉합이 되지 않다는 건 사실상 공항 사업 철수나 다름없다”며 “면세점들이 인천공항공사의 움직임을 계속 예의주시하며 향후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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