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 점포 분산 협상 우려’ 가맹법 개정에 편의점 업계 긴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08 07:00  수정 2025.09.08 07:00

가맹사업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점주 단체교섭권 도입 추진

본사 “경영 안정성 흔들릴 것” vs 점주 “불공정 개선 기대”

2분기 실적 부진·최저임금 인상 겹쳐 업계 불안 가중

민생쿠폰·이색 상품 인기에 3분기 실적 반등 기대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편의점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정부의 가맹사업법 개정 움직임까지 겹치며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사실상 근로자에 준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과 유사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은 가맹점주의 협상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가맹본부와의 거래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가맹점주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나 불공정한 거래 조건 설정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정안에는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 단체가 본사에 거래 조건 등에 관해 협의 요청을 하면 본사는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본사가 시정명령, 고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는 내용도 있다.


편의점 업계는 가맹법 개정안 통과 시 가맹사업의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한다. 지역마다 점주 단체들이 난립해 본사에 각자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하면 정상적인 협상이 이뤄지기도 어렵고, 업무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단체교섭권 도입이 비용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적지 않은 걱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촉비 분담, 물류비 인상, 영업시간 조정 등에서 점주 측 요구가 확대될 경우, 본사의 수익성은 물론 가맹사업 전반의 운영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협상 주체의 분산이다. 지역·브랜드별 점주 단체가 난립하면 요구사항이 제각각으로 쏟아져 본사가 사실상 모든 단체와 각각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교섭 구조가 복잡해지고, 본사의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5만4852개다. 최근 일부 점포 정리로 수가 줄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포화 상태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밀 경쟁 상황에서 단체교섭권까지 도입되면 본사의 경영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가맹점주는 어디까지나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인데, 사실상 근로자와 유사한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규제로 본사 운영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계산대가 근로자 없이 비어 있다.ⓒ뉴시스

특히 현재 편의점 업계 상황은 최악이다. 업계 양강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 올해 2분기에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상품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나들이 시즌에도 기온 저하와 우천 등 궂은 날씨가 반복되면서 매출 상승 폭이 제한됐다.


편의점의 이 같은 역성장은 지난 1분기부터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올해 1분기 국내 편의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해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역성장을 기록했다.


편의점 성장이 멈췄다는 것은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지금의 소비 시장이 얼마나 예민하고,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일상의 등불처럼 존재하던 편의점마저 흔들리면서, ‘생활밀착 산업’에 더 촘촘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전망도 좋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이 확실시 되면서 편의점 산업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과 주휴수당, 심야 근로수당 등 각종 인건비 지출이 늘면서, 일부 점주는 추가 인력을 줄이고 아예 폐점을 저울질하는 경우까지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편의점이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부담이 높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업태다.


다만 편의점 업계는 7월 21일부터 풀린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로 3분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13조2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 지급액 중 5%가량이 편의점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편의점이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 세터’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각각의 편의점이 출시한 이색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오픈런’까지 일어날 정도다. 출시와 동시에 늘 화제를 모으는 것은 물론 어느덧 편의점의 매출을 올려주는 ‘실적 효자’가 됐다.


유통업계 중에서도 규제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기도 하다. 국회는 대형마트를 월 2회 강제 휴업하도록 하고 있지만, 편의점은 규제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본사가 직접 하는 다른 유통 사업과 달리 점주들이 모두 소상공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민생회복 정책으로 편의점 매출이 오르고 있는 만큼, 시즌별 대규모 할인 행사를 기획해 생활 물가 안정 플랫폼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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