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장포럼'서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 지적
"기업들, 혜택 사라지고 규제만 늘어 성장 꺼려"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제안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를 타개하기 위해선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근본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30년 동안 크게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라며 이른바 '계단식 규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최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기조연설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의 벽'을 특히 문제 삼았다. 중소기업 단계에서는 다양한 지원을 받지만 일정 규모를 넘어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는 순간 지원은 대거 사라지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인센티브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는 순간에 중소기업에서 누렸던 모든 혜택이 사라지고 규제만 늘어난 현상이 되다 보니 중견기업으로 가는 절차를 굉장히 꺼려하는 기업인이 많이 있다"며 "회사 쪼개기 작업을 하는 기업인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해 발표된 '차등규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만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94개의 규제가 갑자기 늘고, 대기업이 되면 329개까지 급증했다. 최 회장은 343건에 이르는 규제를 180㎝에 이르는 자신의 키 만한 대형 패널 3장을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대한상의가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Fn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2020~2023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쳤다. 중소기업 1만개 중 4곳만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 100개 중 1~2개만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정책이 여전히 과거의 성장 모델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성장기에는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오히려 이런 정책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금은 (기업들이) 성장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사이즈별 규제를 하게 되면 성장을 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정책의 밸런스를 성장으로 옮겨주셔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기업 성장 단계별 규제 재검토와 불필요한 규제 철폐,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제안했다. 그는 "저희가 최소한 3~5%대의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기업성장포럼'은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도로 주요관계부처·국회 등과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정책대안을 함께 마련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출범했다. 분기별 1~2회 정례 포럼 개최는 물론, 기업규모별 차등규제가 기업성장생태계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는 조사·연구·건의 등을 연말까지 시리즈로 기획한다는 방침이다.
자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물론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문신학 산업부 제1차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박준성 LG 부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부사장, 송시한 와이지원 대표, 오원석 코리아에프티 회장, 최기상 민주당 정책위 사회수석부의장,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 송승헌 맥킨지 한국오피스 대표,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 곽관훈 한국중견기업학회장 등 민·관·정·학·연 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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