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연장 드라이버샷, 카트 도로 맞고 407m 굴러가
국가대표 출신, 입스로 고생했으나 부친 덕에 극복
신다인 첫 우승. ⓒ KLPGA
일주일 전만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신다인(24)이 써닝포인트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내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다.
신다인은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써닝포인트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4회 KG 레이디스 오픈’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숨 막히는 우승 경쟁이었다.
2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적어내며 2위에 3타 앞선 신다인은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편성이 부담된 듯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신다인이 마지막 라운드서 보기를 2개나 범하는 등 고작 1타 줄이는데 그친 사이, 한빛나와 유현조가 매섭게 추격하며 동타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곧바로 세 선수의 연장전이 시작됐다.
승부는 싱겁게 막 내리는 듯 했다. 18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샷을 쏘아 올린 신다인의 공이 카트 도로를 맞아 계속해서 굴러갔고 무려 446.1야드(약 407m)의 비거리가 측정되며 그린 바로 앞까지 도착한 것. 웨지로 가볍게 공을 올린 신다인은 2.6야드(약 2.4m)짜리 이글 퍼트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신다인의 이글퍼트가 홀을 외면한 반면, 집중력을 발휘한 유현조가 버디에 성공하면서 2차 연장전이 확정됐다. 신다인 입장에서는 실망할 법 했으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2차 연장서 버디에 성공, 반면, 보다 짧은 거리의 퍼트를 넣지 못한 유현조는 준우승에 그쳤다.
또 한 번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올해로 14번째 대회가 펼쳐진 ‘KG 레이디스 오픈’은 2012년 이예정을 시작으로 8명의 생애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또한 2022시즌부터 4시즌 연속 연장전이 펼쳐질 정도로 손에 땀이 나는 승부를 이어오고 있다.
신다인 첫 우승. ⓒ KLPGA
중학교 시절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2016년)을 우승한 신다인은 그해 곧바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박민지, 박현경, 유해란, 임희정, 최혜진 등 현재 투어를 주름 잡는 선수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으니 신다인에 대한 주변의 기대감도 남달랐을 터.
그러나 프로 데뷔를 앞두고 스윙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고 이는 곧 입스(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돼 평소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는 현상)로 이어졌다.
신다인은 입스를 떨치는데 무려 5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부친이었다. 신다인의 아버지는 스윙 궤도보다 리듬과 타이밍에 중점을 둘 것을 주문했고 그렇게 오랫동안 괴롭히던 입스를 극복해냈다. 물론 본인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신다인은 우승 후 인터뷰서 “골프를 그만 두기에는 함께한 시간이 오래됐고, 어릴 때 잘 쳤던 것을 믿으며 언젠가는 빛을 발휘한다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버텼다. 옆에서 부모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라고 밝혔다.
또한 “1라운드 후 인터뷰 때 써닝포인트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다고 말을 했다. 정말로 현실로 일어나게 돼 감개무량하다”라고도 소감을 전했다.
실제로 신다인의 이번 우승은 선수 본인의 터닝포인트가 되기 충분하다. 우승자 신분으로 1부 투어 시드를 획득, 보다 안정적으로 대회에 나설 수 있고 1억 8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며 지갑도 두둑해졌다.
또한 우승자에게 주어진 부상으로 차량까지 획득했는데, 신다인은 고민 없이 아버지께 드릴 예정이다. 그는 “아빠가 지방서 회사를 다니고 있어 따로 살고 있다. 주말마다 내 경기를 보기 위해 오셨는데 자동차가 없었다.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아빠에게 드리겠다. 정말 기뻐하실 것 같다”라며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신다인은 부상으로 받은 차량을 아버지에게 드리기로 했다.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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