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레알 마드리드’로 떠오른 메디힐 [골프단 톺아보기 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11.17 14:42  수정 2025.11.18 13:41

올 시즌 앞두고 김아림, 박현경, 이예원 등 영입

우승 시 2000만원 적립, 전지훈련 비용 지원

최혜용 멘토가 주니어 선수들 기량 발전 위해 레슨

메디힐은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 KLPGA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골프단을 꼽으라면 역시나 양과 질을 늘리며 여자 골프계 ‘레알 마드리드’로 떠오른 메디힐이다.


메디힐은 글로벌 화장품 전문 기업 엘앤피코스메틱의 권오섭 회장이 남다른 골프 사랑을 바탕으로 2017년 창단했다. 메디힐은 엘앤피코스메틱의 대표 상품인 마스크팩 브랜드다.


메디힐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 영입 작업에 나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박현경과 이예원, 배소현, 한진선을 한꺼번에 데려왔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몸 담고 있는 김아림까지 영입했다.


골프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네 차례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을 개최했고, 2022년부터는 국내로 눈을 돌려 4년째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메디힐 소속 선수들은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6승을 합작했고, 상금 합계 40억 5940만원으로 삼천리 골프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구단 상금 랭킹 14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진이 돋보였던 2025시즌이라 평가할 만하다. 여기에 LPGA 투어에서는 새로 영입한 김아림이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김아림의 영입 과정과 우승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김아림은 지난 시즌 후 메인 스폰서를 잃으며 ‘민무늬 모자’를 쓰고 2025시즌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권오섭 회장이 통 큰 결정을 내려 시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후원 계약을 진행했다.


그리고 김아림은 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으로 보답했다.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된 계약이라 기념사진도 없었고 ‘메디힐’이 새겨진 모자를 국제특송으로 받았던 김아림이다.


김아림은 우승 후 “대회 직전까지 메인후원사가 확정이 되지 않아 어떤 모자를 쓰고 경기를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며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메디힐 권오섭 회장님께서 후원을 결정해 주셨고 덕분에 메디힐 모자를 쓰고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메디힐과 계약 후 일주일 만에 LPGA 투어 개막전 우승 따낸 김아림. ⓒ AP=뉴시스

KLPGA 투어에서도 메디힐은 시즌 내내 방송과 매체를 통해 수시로 노출됐다. 지난 4월 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이예원이 우승 축포를 쐈고 5월까지 일찌감치 시즌 3승을 달성하며 메디힐 고공비행에 앞장섰다.


이후 메디힐은 박현경이 ‘E1 채리티 오픈’을 우승하며 바통으로 이어받았다. 특히 박현경은 우승 직후 1억 8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선한 영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승 행진은 계속됐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대기만성의 대표적인 선수인 배소현이 신생 대회인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고, 9월에는 메디힐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다연이 정상에 올라 또 한 번 스폰서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메디힐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올해 소속 선수들이 7승을 합작했다. 이 가운데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6승을 거둬 성공적인 영입이었다고 평가한다”라고 밝혔다.


사실 메디힐 골프단은 오늘보다 내일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후원 기업이다.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남달라 유망주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KLPGA 투어 통산 2승의 최혜용이 멘토링 역할을 맡아 선수들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혜용 은퇴식에 모인 메디힐 소속 선수들. ⓒ KLPGA

이 관계자는 “최혜용 프로가 필드 라운드 위주로 매달 1박 2일 일정으로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친다. 또한 남서울CC 연습장에 주니어 선수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타석을 만들었다. 본인이 원한다면 이곳에서 최혜용 프로에게 무료 레슨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규 투어에 뛰고 있는 선수들도 메디힐 제품뿐만 아니라 많은 혜택을 받는다. “신규 선수들이 들어오면 그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잘 육성해 주셔서 고맙다는 의미다.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선수 본인이 원하는 곳에 장학금을 전달한다”며 “정규 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트레이닝 비용도 우리가 부담한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마련한 조치다”라고 말했다.


메디힐만의 적립금도 있다. 메디힐은 소속 선수 우승 시 보너스 지급은 물론 2000만원씩 별도로 모아 시즌 후 전지 훈련 때 지원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올 시즌은 총 7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덕분에 1억 4000만원의 적립금이 쌓였다.


앞으로 메디힐 골프단이 가고자 하는 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자는 “메디힐은 2017년 창단 후 유소연 프로를 영입했고 한 번 맺은 인연은 별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길게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대형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했으나 특별한 경우였고 유망주를 육성하자는 게 원래 기조다”라며 “물론 ‘핫’한 선수가 나오거나 회사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선수가 있다면 추가 영입이 가능하다”라며 여지를 뒀다.


메디힐 골프단은 올해 대대적인 선수 영입 작업에 나섰다. ⓒ 메디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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