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검찰개혁 공론화 지시에도…정청래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8.30 00:05  수정 2025.08.30 00:05

"국민 앞 토론" 주문에도…"추석 전 끝내야"

대통령·여당 대표 '속도 vs 공론' 균열 노출

중수청 소속·보완수사권 두고도 당정 평행선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두고 국민 공론 수렴을 지시했으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광석화'식 속도전을 주장하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당정은 개혁 속도뿐만 아니라 중대범죄수사청을 어디에 둘지,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직접 관여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측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는 모양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권력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 방지 대책이나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등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실질적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요 쟁점에 대해서는 대책과 해법 마련을 위해 국민 앞에서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할 것도 주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심지어 본인이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주재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개혁에 대해 충분히 열린 자세로 토론할 수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은 일종의 보여주기 식은 안 된다"라며 "실질적인 안을 도출해야 되고,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생각이 있다면 토론의 문화를 정착해서 어떤 부분이 대안이 되고 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더 합리적이고, 국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검찰개혁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검찰권 남용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가 있다라는 전제,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검찰 역시도 잘못을 저지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런 공통의 인식 위에서 이 해결 방법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의견 수렴 과정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 대표는 검찰개혁을 한 치의 지체도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의 공론화 지시가 전해진 후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다. 자전거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쓰러진다"며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 대표는 "어제 개혁했으니 오늘은 개혁하지 말자는 주장은 개혁에 대한 몰이해"라는 표현까지 불사했다.


그는 검찰·언론·사법개혁을 언급하면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개혁의 시대적 상징이 됐다"며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시기다. 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반드시 반개혁의 저항이 제2의 밀물처럼 밀려오고, 실망한 지지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개혁의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쌩쌩 달릴 수 있도록 개혁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추석 전에 끝내자. 아니 끝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에 현직 검사장까지 가세하면서 여권 내 파열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 내에서 줄곧 개혁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눈가리고 아웅 식이 아닌 실질적인 검찰개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임은정 지검장은 정성호 장관을 포함해 이른바 '검찰개혁 5적'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법무부 검찰 인사를 '참사'라고 규정하면서, 정 장관 외에도 검찰개혁 작업에 관여하는 핵심 인사들을 거론했다.


임 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외에 검찰개혁 작업에 관여하는 주요 자리에 있는 봉욱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이진수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 김수홍 검찰과장 등을 '검찰 개혁 5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민형배 민주당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장도 정 장관이 당 지도부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데 대해 "너무 나간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국가수사본부·중수청까지 모두 두게 되면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또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모두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 검찰청의 폐지 이후 만들어질 기관을 '공소청'으로 명명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사의 직무는 기소와 공소 유지로 한정하고 검찰청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아래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수사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인정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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