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장관, 기후대응댐 후보지 방문
“주민 반발 살펴 필요한 곳만 추진”
정부 댐 정책, 정권마다 바뀌어
과학적 근거 바탕으로 추진해야
2023년 7월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댐이 수위 조절 여유 공간 확보를 위해 수문 6개를 개방, 초당 1000t 물을 방류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물그릇’ 확보를 위해 추진하던 기후대응댐 사업을 환경부가 재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홍수·가뭄 예방 효과와 지역 수용성 등을 살펴보고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 전면 백지화 가능성도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9일 금강·영산강·섬진강 권역 신규 댐 후보지 3곳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에 방문한 금강 권역 신규 댐 후보지는 충남 청양·부여군에 건설 예정인 ‘지천댐’이다. 영산·섬진강 권역은 전남 화순군 ‘동복천댐’과 전남 강진군 ‘병영천댐’ 후보지다.
김 장관은 현장 방문을 통해 신규 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지역 주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6일 낙동강 권역 4곳(용두천·감천·운문천·회야강)의 댐 후보지를 같은 이유로 방문한 바 있다.
김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기후대응댐 재검토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달 15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여당 의원이 기후대응댐 재검토 가능성을 묻자 “(댐 신설과 관련해) 주민 반발은 없는지 등을 정밀하게 재검토해 꼭 필요한 것만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양해를 구해서 중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댐에는) 다목적댐으로 설계 중인 것도 있고,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두고 폭우가 왔을 때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하는 용도로 설계하는 댐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필요성을 정밀하게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권 따라 바뀌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신뢰성 추락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온 기후대응댐 목적은 크게 홍수 방지와 가뭄 해소다. 대형 ‘물그릇’을 만들어 짧은 시간 많이 내리는 비를 모아 일시적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목표다. 이렇게 모은 빗물은 가뭄 상황에 용수로 쓴다는 계획이다.
홍수·가뭄 대응과 함께 산업단지 용수 공급 목적도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이 대형 산업단지는 안정적인 산업용수 공급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지난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의결하면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9곳을 결정했다.
기후대응 댐 최종 후보지 9곳은 ▲아미천댐(경기 연천) ▲산기천댐(강원 삼척) ▲용두천댐(경북 예천) ▲고현천댐(경남 거제) ▲감천댐(경북 김천) ▲가례천댐(경남 의령) ▲운문천댐(경북 청도) ▲병영천댐(전남 강진)이다.
기후대응댐 추진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까지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재 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댐 건설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 강물 흐름 저해, 주민 삶의 터전 파괴 등을 걱정한다. 댐이 일정 규모 이상의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하류 지역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댐 찬성 의견은 극한 가뭄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통한 농·공업용수 공급도 중요하다.
이밖에 댐을 활용한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 댐을 건설하면 해당 지역은 최대 80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결과적으로 주무 부처 장관이 전면 재검토에 나서면서 댐 후보지에서는 주민 갈등이 재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정부가 스스로 결정한 댐 건설을 특별한 이유 없이 백지화한다면 정책 결정에 관한 신뢰성 문제도 남는다. 특히 잦은 정책 결정 번복으로 정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지난 정부에서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건설의 이유로 ‘물 부족’을 들었다. 당시 환경부는 전국의 장래 물 부족량을 살펴본 결과 각종 수요관리와 대체 수자원 확보로도 2030년 기준 부족량이 연간 7억4000만t(생활·공업용수)에 이른다고 했다. 여러 수자원 확보 대책으로 82%가량을 충당할 수 있으나, 나머지 18%를 채우기 위해서는 기후대응댐을 최소 7곳 이상 건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앞서 문재인 정부 때는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당시 국가 최상위 물 관리 기본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0~2030)에서 인구와 농업 수요 감소, 산업계 수요량을 고려해도 2030년 국가적 물 부족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5년 만에 장기 전망이 180° 달라진 것이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치수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당시 댐사전검토협의회에 참여했던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기후변화 시기일수록 강 유역별로 맞는 홍수나 가뭄 대책을 과학자가 평가하고, 정치와 행정이 수행해 나가야 한다”면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치수 정책이 정해져 내려와 과학자가 그 근거를 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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