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장동혁 향해 "내란·노상원 수첩 찬성하나"
"나를 죽이려 했던 자들과 웃으며 대화 못해"
與, 더 센 특검법·3대 개혁 추진 등 여야 입법 대립 심화
정치 전문가들 "극단적 대결 정치 더욱 심해질 것" 전망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해 온 '초강성'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내란 세력 척결'을 연일 외치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대강 대치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공언하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장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여야 협치는 점점 더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국민의힘 대표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윤어게인'을 주창하는 세력이 지도부에 뽑혔다. 신임 당대표가 답해야 한다"며 "윤석열에 대한 탄핵도 잘못이고, 헌법재판소의 파면도 잘못이고, 비상계엄 내란은 잘된 것이라고 주장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어 "윤석열이 돌아와 다시 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라도 하라는 것이냐"라며 "노상원 수첩에 빼곡히 적힌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살인 계획도 잘한 짓이고, 노상원 수첩에 적힌 사람들은 죽였어야 마땅하냐. 노상원 수첩에 찬성하느냐"라고 답변을 촉구했다.
또 "더 주목하는 것은 노상원 수첩에 적시된 살상 계획"이라며 "윤석열의 내란이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가장 처참하고 참혹하게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협치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말로 싸우라는 의회 정신도 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무고한 수많은 사람을 살해하려 했던 세력과 과연 대화가 가능한 것이냐"라며 "상식적으로 나를 죽이려 했던 자들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대화할 수 있을까. 노상원 수첩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노(No)"라고 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나를 죽이려 했던 자들의 사과 한마디 없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서로 웃으면서 대화하라고 강요하는 언론이 있다"며 "사람을 죽이려 했던 내란 세력에게는 왜 그리도 너그러우냐"라고 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낸 것과 관련해선 "내가 당선됐을 때 그쪽에서 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지나친 상상은 뚝"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8·2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로 선출된 뒤, 국민의힘이 불법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당대표 취임 인사도 국민의힘을 뺀 나머지 야당하고만 하고, 국민의힘 수장과 대화는 물론이고 악수도 하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선 "국민의힘은 내란에 직접 연루된 정당이니 통합진보당과 비교해 보면 열 번, 백 번 정당 해산감"이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를 볼 때 국민의힘을 해산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달 15일엔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에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여야의 입법 대립도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됐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노란봉투법·더 센 상법까지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의 수사기간과 인력을 각각 확대한 '더 센 특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3대(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위한 입법 드라이브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심사와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도 여야 간 극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공군 1호기) 안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야당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장 대표가 지난 23일 마지막 토론에서 '정청래 대표에게 먼저 연락하겠다'는 '오엑스'(OX) 질문에서 'O'를 들었다는 점 등은 조만간 여야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하는 대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야 강대강 대치가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초쯤이 돼야 선거 본격 대비를 위한 '중도 확장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여야 극한 대결로 정치에 환멸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많아져 내년 6월 지방선거 투표율이 크게 하락하는 등의 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장승진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수장 모두 강성이라, 극단적 대결 정치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이전처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며 "영향력이 커진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옳은 방향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끔, 교육 등을 통해 당원들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먼저 연락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여야 대화 및 협치 시작의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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