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되지 않은 '노태우 비자금'…노소영 향한 불편한 시선 [데스크 칼럼]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08.27 11:13  수정 2025.08.27 11:44

대학 무대선 노소영… 노태우 미화사업 대신 청산작업해야

지난 6월 경기대에 걸린 노소영 초청에 대한 규탄 대자보 및 환영 플랜카드ⓒ학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경기대학생 일동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최근 'NK 이노베이션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탈북민 창업 지원과 관련된 행사를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좋은 뜻이다. 그러나 행사에 함께한 인물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노 관장은 다름 아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유혈 진압에 관여해 집권했고, 퇴임 뒤에도 수천억대 비자금을 축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혼소송 중 노 전 대통령의 감춰둔 비자금을 시사하는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졌다. 특히 노태우 비자금이란 게 기업들에서 상납받은 불법 자금인데 그 돈이 증여세도 안 낸 딸의 재산 기여분으로 귀결되는 게 정당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부산외대는 이미 노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 업적을 기리고 관련 자료를 전시·보존하는 '노태우 대통령 자료관'을 설립한다고 발표해 눈총을 산 바 있다. 학생들이 '노태우 자료관 설립에 반대하는 부산외대 학생 모임'을 만들어 1인 시위, 전단지 배포, 학내 대자보 부착, 자료관 설립 반대 서명 등 학내 활동을 진행했지만 무시됐다.


학문과 진실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독재 권력의 그림자를 덮어주고, 과오를 미화하는 무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월 경기대학교 학생들이 "노소영은 독재자 노태우의 딸로, 그런 인물이 학문과 진실의 공간인 대학에 발을 들이려는 것도 모자라, 이를 환영하는 플랜카드가 걸리고 '경기대 재학생 일동'이라는 허위 명의까지 동원되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한 사건이 오버랩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학내외에서는 부산외대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노태우 일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일부가 불법 은닉 비자금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장순홍 총장과 노소영 관장은 국제미래학회 임원으로 함께 활동해 왔다.


민정당 대표최고위원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87년 6·29 선언을 기획하고 수락하는 모습을 연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해 노 전 대통령이 민정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직후 힐튼호텔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대선 필승을 기원하며 건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우 비자금은 과거사가 아니다. 미청산 과제고, 여전히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다. 그 돈은 기업에서 뜯어낸 것이고 국민 경제를 좀먹은 것이며, 무엇보다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자금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환수되지 못한 채 사라진 부분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추징하지 못한 비자금이 수천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법으로 쌓인 돈이 합법 자산처럼 세대를 이어가는 현실은 정의와 법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민사상 소멸시효도 배제해 상속재산 범위 안에 있다면 그가 사망한 뒤 상속자들한테까지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대학이 앞장서 다시 묻고, 사회가 답해야 할 과제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또 반드시 돌아온다고 한 어느 학자의 경고를 되새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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