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래의 기술' 책 읽어…불합리한 결론 이르지 않아"
"中, 근접해 불가피한 관계…美 정책에 어긋나는 행동할 순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한국 숙청 발생' 소셜미디어(SNS) 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참모들은 과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난을 겪었던 것이 재연될까 우려했지만, 이 대통령은 "나는 이미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5일 오후(현지시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을 마친 뒤 존 햄리 소장과의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위협적으로 SNS에 글을 썼고, 아침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정부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을 했다며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며 "참모들 사이에선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고 적은 바 있다. 직후 회담에서도 한국 특검팀의 교회와 오산 미군기지 압수수색에 대해 "한국답지 않은 일로 들렸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자칫 커질 수 있는 파장은 일단 해소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쓴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미 그렇지 않을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하나의 기술로 상대가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던지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이 이미 책에 쓴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여러 협상에서 보여준 것도 있고,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해서 그런 상처를 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실제로 회의나 식사 시간에 얘기는 매우 진지하게 협력적으로 이뤄졌고,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대화하고 격려받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대화하면서 순연된 탓에 여러분과의 약속도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항상 한미동맹을 견지해 왔지만, 경제적으론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는 햄리 소장의 지적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국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가져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에 몇 년 사이에 자유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에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한국도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도 중국과 기본적으로 경쟁하고, 심하게는 대결하면서도 한편으론 협력할 분야에선 협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많이 벗어나 있고,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계엄으로 분열된 한국의 지도자로서 모든 한국인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선을 긋거나 벽을 치지 않고 모두 만나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엄청난 숫자의 시민이 모여 정치적 주장을 하고 저항을 하지만, 불 지르는 사람이 없고 무엇인가 부서지지도 폭행당하지도 않는 유형의 정치적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면서 "정치권력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사람들의 아름다운 율동과 노래로 끌어내리는 나라는 전 세계에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의 정치적·문화적 저력은 정말로 높은 만큼, 나는 그들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이라며 "최대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길인데, 그런 노력을 충분하게 한다면 언제든지 이 문제(분열)는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