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또 이자’…이자에만 매몰된 정부, 금고제도 본질은 ‘뒷전’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08.26 07:16  수정 2025.08.26 08:03

李대통령, 금고 선정·이자율 공개 검토 지시

보여주기식 경쟁에 몰려 건전성 해치는 부작용 우려돼

“이자율만 들여다보는 관치적 접근” 지적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금고 선정 과정과 이자율 공개를 지시했다. 하지만 금융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또 다시 이자에만 매몰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작 제도의 본질적 개선은 외면한 채, 이자율이라는 단편적 지표만 부각시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지방정부의 금고 선정과 이자율 문제를 전수조사해 공개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자체 간 수신 이자율이 최대 4%포인트까지 차이 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달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내 금융기관들도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수익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 더 신경 써야 한다”며 ‘손쉬운 이자장사’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고제도의 핵심은 단순히 ‘몇 퍼센트의 이자를 주느냐’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금고은행은 지자체 예산과 공공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비상시 자금 조달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맡는다.


이에 이자율만 놓고 비교·공개한다면 은행들은 보여주기식 경쟁에 몰려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전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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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지자체들이 중시하는 협력사업비는 지역사회 지원과 연결돼 있는 항목이지만,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논의는 뒷전인 채 ‘이자율 격차’만 문제 삼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수익 구조를 단순히 ‘이자 장사’로 몰아붙이고, 이제는 지자체 금고까지 이자율 경쟁만 강조하는 식은 위험하다”며 “투명성이라는 명분 뒤에 이자율만 들여다보는 관치적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전국 지자체 금고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협중앙회는 파장이 크다. 단순히 이자율 공개만 강화된다면 지역 밀착형 금융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보다, 숫자 맞추기 경쟁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통령 지시는 ‘재정 절약’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건전성과 지역 금융의 안정성이라는 근본 과제에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이자율만 공개한다고 해서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싶다면, 금고 운영의 평가체계와 책임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융은 본질적으로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산업인데, 이를 ‘이자장사’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건 프레임에 불과하다”며 “상업이 거래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듯, 금융도 경쟁을 통해 금리가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높을 땐 이자로 자원을 축적하고, 낮을 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금융의 생리인데, 이를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위험하다”며 “특히 금융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서민 금융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중금리 시장 등도 촘촘히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경쟁 구도를 정치적 이유로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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