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한 형태의, 가장 짜릿한 쾌감…‘브로드웨이 42번가’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8.19 09:12  수정 2025.08.19 09:12

9월 14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하나의 장르 그 자체다. 무대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즐거움과 시청각적 쾌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2025년 샤롯데씨어터에서 선보이고 있는, 16번째 시즌 역시 이 작품이 왜 오랜 시간 ‘쇼 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려왔는지를 명확히 증명한다.


ⓒ샘컴퍼니

작품의 핵심 동력은 단연 앙상블의 군무에서 나온다. 31명의 앙상블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탭댄스의 향연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정체성이다. 특히 막이 오르며 무대를 가득 채운 댄서들의 발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파장은, 처음부터 관객의 시선을 무대 위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그들이 만드는 발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리듬이자 음악이 된다. 거대한 금빛 동전 세트 위에서 펼쳐지는 정교한 탭이나 무대를 꽉 채운 계단 세트를 활용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군무는 가장 화려한 볼거리 중 하나다. 각 잡힌 대형과 한 치의 오차 없는 동작은 배우들의 엄청난 연습량을 짐작하게 하며, 그 자체로 무대 뒤의 치열함이라는 극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무대 연출은 극 중 극 ‘프리티 레이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브로드웨이의 분주한 거리와 연습실, 기차역 등 다양한 공간이 빠르고 유기적으로 전환된다. 이는 관객이 마치 백스테이지의 일원이 되어 공연 제작 과정을 엿보는 듯한 현장감을 부여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스란히 옮겨온 의상 역시 또 다른 볼거리다. 반짝이는 스팽글과 화려한 깃털 장식으로 가득한 무대 의상은 물론,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일상복까지, 모든 의상은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설명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샘컴퍼니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서사는 비교적 단순하고 전형적이다. 시골 출신의 무명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우연한 기회로 브로드웨이의 스타로 발돋움하는 이야기는 익숙한 신데렐라 스토리의 구조를 따른다. 하지만 이 단순함은 오히려 작품의 장점이 된다. 관객은 복잡한 서사를 따라가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대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춤과 노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페기 소여라는 캐릭터는 이러한 서사의 중심에서 관객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무대 경험이 부족해 실수를 연발하지만, 꿈을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의 성장은 작품의 가장 큰 줄기다. 이번 시즌 페기 소여로 처음 합류한 최유정은 그런 면에서, 주눅 든 모습으로 시작해 점차 자신감을 얻고 무대를 즐기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캐릭터의 성장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페기 소여는 최유정과 함께 유낙원이 캐스팅됐다.


다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페기 소여 한 명의 원맨쇼가 아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왕년의 스타 도로시 브록 등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며 안정적인 구조를 만든다. 이들의 이야기가 페기의 성장 서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줄리안 마쉬엔 박칼린·박건형·양준모가, 도로시 브록엔 정영주·최현주·윤공주가 함께 한다. 공연은 9월 14일까지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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