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전통공연, ‘팬덤’으로 허문 장르의 벽…지속가능성 증명해야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8.19 08:35  수정 2025.08.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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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는 클래식과 전통공연 등 장르의 벽을 넘어 완벽하게 안착했다. 클래식·전통공연계 팬덤 역시 일시적 신드롬의 시기를 지나, 충성도 높은 소비층으로 질적 성장을 이룬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팬덤이 구축한 시장의 힘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4년 서양음악 장르의 티켓판매액은 약 1010억원에 달한다. 이는 불과 4년 전인 2020년(103억원)과 비교하면 약 10배의 시장 규모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이런 시장 규모의 성장엔 조성진이 협연한 ‘빈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 임윤찬이 협연으로 참여한 ‘파보예르비&도이치캄머필하모닉’ 등이 기여했다.


국립창극단 '심청' 심봉사 역 김준수 ⓒ국립극장

전통공연계의 지형도도 마찬가지다. 국립창극단의 김준수는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며 창극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유태평양, 이소연 등 다른 주역 배우들 역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국립창극단이 지난해 공연을 올린 7개 작품의 객석 평균 점유율은 93%로 나타났다. 2010년대 초반 10% 남짓이었던 창극단의 2030 관객 비율은 꾸준히 우상향해 지난해 30%까지 치솟았다.


성숙기에 접어든 팬덤 시장이 마주한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스타의 팬’을 ‘장르의 팬’으로 전환시켜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열광이 장르 전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설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다행히 곳곳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곤 있으나, 아직까진 그 효과는 미미하다. 사실상 2024년 기준, 서양음악 티켓 판매 금액 상위 10개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전년(2023년) 대비 6.4%, 2022년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상위 작품에만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되어왔던 타 장르들과 달리, 서양음악은 2024년 양극화 현상이 다소 심화되어 가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전통공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일반 대중은 이름이 알려진 스타의 작품을 통해서만 전통공연을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사실상 팬덤이 없는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공연의 경우는 일반 대중과의 접점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클래식 장르가 특정 아티스트의 팬덤에 의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듯 국악계 역시 팬덤 문화가 시장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양극화를 부추기는 구조”라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팬덤은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시장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국공립 단체 관계자는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페스티벌을 기획해 ‘패키지 티켓’을 선보이는 등 시장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시장으로 유입된 관객이 해당 장르로 더 넓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팬덤이라는 단단하고 열정적인 지지 기반은, 제작사나 공연장이 보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자발적인 홍보와 피드백은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이라며 “이런 든든한 기반을 얻은 만큼, 소수 스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이를 토양 삼아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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