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공사 중단에 3기 신도시·발전소 등 영향
“처벌 한계…공사 일정·최저가 입찰제 등 구조적 개선”
건설사들이 잇따른 안전사고에 대응해 전국 모든 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안전 체계를 강화할 때까지 전 현장의 작업을 멈추고 위험 요소를 신속히 점검·보완해 추가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런 조치가 장기화되면 주택 공급 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며 공사 현장이 멈춰섰다.
DL이앤씨와 DL건설은 최근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50대 근로자 추락 사망 사고에 대한 조치로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DL건설 관계자는 “전체 공사현장 44곳에 대해서 정밀하게 점검을 실시 중으로 최고안전책임자(CSO)의 승인을 받은 뒤 순차적으로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며 “공사 진행률과 안전 기준, 공사 종류 등에 따라서 점검 사항들이 달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DL건설의 모회사인 DL이앤씨도 DL건설 사고 소식이 발표된 다음날부터 전국 공사현장 80여 곳에서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가 안전 점검이 끝난 일부 현장의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올해 5번의 안전사고로 대통령에게 ‘미필적 고의 살인’이라는 질책을 당한 포스코이앤씨도 전국 103개 현장이 멈춰섰다. 대표이사 직속 안전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회사는 안전 점검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한 것은 물론 신규 수주도 잠정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장기간 공사 중단에 따른 후폭풍이 크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이앤씨의 공사 중단으로 총사업비 5조3500억 원 규모의 서초동 ‘서리풀 복합개발’을 비롯해 신반포21차 재개발, 분당 느티나무3·4단지 리모델링 등 대형 프로젝트도 셧다운 상태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3기 신도시 사업인 경기도 고양 창릉 2공구 택지 조성사업도 열흘 넘게 멈춰섰다.
지방에서도 공사 중단에 따른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 경북에서는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 4곳, 아파트 1곳, 도로 건설 현장 1곳 등 6곳의 공사가 멈춰섰다. 충북에서는 현재 영동·옥천과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민자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인데 포스코이앤씨가 맡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지역 중요한 숙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산재 문제는 적극적으로 엄단하고 사고를 줄여야 하지만 기존 현장의 시공이 늦춰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DL이앤씨의 경우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나 정비사업 외에도 플랜트·토목 대형 건설 현장이 순차적으로 중단되거나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4818억원 규모의 영동 양수 발전소 공사, 2546억원 규모의 분당복합화력발전 현대화사업(1블록) 플랜트 시설이 영향을 받고 있다.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현장은 단 한 곳만 공사가 멈춰도 인근 지역 경제와 전력 수급, 연관 산업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등 현장 사고 이후 주택사업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른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0건을 기록했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수주가 전무한 곳은 현엔이 유일하다. HDC현대산업개발도 학동4구역 붕괴 사고 이후 3년째 공사 재개를 못 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공사 중단이 장기화되면 지연 기간에 비례해 부과되는 지체상금 부담이 커지고, 협력사들의 경영난도 심화될 수 있다”며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함께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촉박한 공사 일정과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 노동자 투입 등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최저가 입찰제는 품질 저하와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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