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원 생애 첫 우승 “언니로부터 골프에 대한 자세와 열정 배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08.10 18:13  수정 2025.08.10 18:13

조건부 시드였으나 이번 우승으로 2년 시드 획득

고지우-고지원 자매 사상 첫 한 시즌 동반 우승

고지원 첫 우승. ⓒ KLPGA

고지원(21, 삼천리)이 마침내 투어 첫 승의 기쁨을 안았다.


고지원은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내며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이로써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고지원은 2위 노승희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1억 8000만원은 덤.


2022년 프로에 데뷔한 고지원은 61번째 출전 만에 생애 첫 승을 따냈다. 무엇보다 기쁜 부분은 바로 1부 투어 시드다. 지난해 시드전에서 42위에 그쳤던 고지원은 올 시즌 조건부 시드를 받아 불안한 위치였으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향후 2년간 안정적으로 KLPGA 투어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KLPGA 투어 역대 최초 ‘한 시즌 자매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나왔다. 고지원의 언니인 고지원 또한 투어에서 활동 중인데 올 시즌 ‘맥콜 모나 용평 오픈’서 정상에 오르며 투어 통산 3승을 기록 중인 강자다.


앞서 박희영과 박주영 자매가 동반 우승을 차지한 적은 있었으나 한 시즌에 자매가 동시에 정상 등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기상악화로 3라운드를 완료하지 못했던 고지원은 이날 오전 열린 잔여 라운드서 타수를 더 줄여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라운드 초반 지루한 파 행진이 이어지는 사이, 경쟁자들이 타수를 줄이며 압박해왔으나 고지원은 꿋꿋했다. 그리고 5번 홀과 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마지막 18번홀에서 올린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이 핀 바로 옆에 붙으며 우승을 확신했다.


올 시즌 1승을 기록 중인 노승희는 끝까지 고지원을 추격했으나 16번홀 보기로 아쉬움을 삼켰고, LPGA 진출 후 처음으로 국내 무대를 찾은 ‘디펜딩 챔피언’ 윤이나는 2라운드까지 선두 자리를 유지하다 3~4라운드서 퍼팅에 애를 먹으며 공동 3위에 그쳤다.


고지우(왼쪽)-고지원 자매. ⓒ KLPGA

고지원은 우승 후 인터뷰서 “첫 우승을 고향에서 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특히 이 대회는 초등학생 때부터 꿈나무 레슨도 받고 프로암에도 참가하면서 ‘프로선수가 되면 꼭 출전하고 싶다’는 꿈을 키운 대회였는데, 그런 대회에서 우승해서 무척이나 뜻 깊다. 우승 원동력은 옆에서 항상 믿어주는 가족과 스폰서 식구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달 ‘롯데 오픈’에서 컷 탈락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이후 2주 동안 드림 투어와 일본투어 1차 프로 테스트를 보며 감이 살아났다. 안 되는 점을 파악하고 고치면서 조금씩 감을 되찾았고,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라며 “준우승을 기록한 지난 대회에서 스코어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고, 이번 대회에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코어를 잘 지키면서 결국 우승했다. 버디도 중요하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보기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언니인 고지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항상 고마운 존재다. 챔피언 퍼트하고 이미 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히 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우는 모습을 보니깐 너무 웃겨서 오히려 내 눈물이 쏙 들어갔다. 언니를 보면서 항상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대한 열정을 배우려고 한다”라고 방긋 웃었다.


또한 고지원은 “첫 우승은 커리어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과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아 자신감을 얻었고, 우승을 맛보니깐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겨, 더 열심히 할 동기부여가 되었다”라면서 “‘멘탈’과 ‘퍼트’가 좋아지며 성장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예전에는 쫓기듯 플레이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스스로 혹사도 많이 했다. ‘회복 탄력성’이란 책을 읽고 생각을 전환했다. 이전에는 스폰서와 가족들에게 증명하려고 애쓰는 골프를 쳤다면 나를 위한 골프를 하고 스스로 즐기기 시작하면서 좀 더 성장했다”라고 덧붙였다.


고지원. ⓒ KLPGA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