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2차전은 ‘60조 캐나다’...한화오션 납기·파트너십 총동원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1.29 06:00  수정 2025.11.29 08:15

스웨덴 사브 선택한 폴란드...유럽 연대·절충교역 벽 체감

캐나다 CPSP, 사실상 ‘본게임’...독일과 세계무대 맞대결

광물·우주·에너지 연계까지 시험대...특수선 도약 분수령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한화오션

한국이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곧바로 ‘차기 격전지’ 캐나다로 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팀 코리아’를 구성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양자 대결에 나섰다. 폴란드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특수선 역량과 절충교역, 파트너십 카드를 총동원하는 2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정부는 폴란드보다 7배 이상 큰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패키지 협상 범위를 대폭 넓혀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는 지난 26일(현지시간) 8조원 규모의 오르카 프로젝트 최종 사업자로 스웨덴 사브를 선택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600톤(t)급 ‘장보고-Ⅲ(KSS-III) 배치-II’를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올해 퇴역 예정인 1200톤급 장보고함 무상 제공까지 제시했으나 발트해 운용환경 최적화 설계와 조선소 투자·무기 역구매 등 절충 패키지를 내세운 스웨덴에 밀렸다.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통해 “기대한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캐나다, 중동 등 다가올 글로벌 해양방산 수출 사업에 뼈를 깎는 각오로 새롭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 실패를 전환점으로 삼아 특수선 수출과 협상 전략을 재정비하겠다는 메시지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통해 잠수함 수출 시장의 현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한다. 높은 성능만으로는 승부를 보기가 어렵고, 지역 환경에 맞춘 설계와 투자·교역·현지 산업 참여가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고 수준 평가를 받는 KSS-Ⅲ 배치-II조차 이를 돌파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폴란드가 발트해 얕은 수역 환경을 고려해 사브의 A26 블레킹급 잠수함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앞줄 왼쪽 첫 번째)가 지난 24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에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특수선 안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오션

이제 시선은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로 옮겨갔다. 캐나다는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4척을 대체할 3000톤급 디젤 잠수함 12척 도입을 추진 중이다. 건조비 20조원에 30년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이 수주할 경우 단일 방산 계약 기준 역대 최대다.


현재 적격후보(숏리스트)에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 컨소시엄과 독일 TKMS 두 곳만 남아 있다. 캐나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제안서를 접수한 뒤 5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전통적 잠수함 강국인 독일은 ‘갭 필러’ 전략을 꺼내 들었다.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 중인 2500톤급 스텔스 디젤 잠수함 212CD 가운데 자국 인도분 일부를 캐나다에 먼저 넘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작전 경험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한화오션은 2032년 1번함 납품 뒤 2035년 4척, 최종적으로 2043년에 12번함까지 순차 인도하는 ‘연 1척 납품’ 로드맵을 통해 속도와 납기 신뢰도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폴란드 수주전 탈락이 국내 해양방산 산업 전반에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한다. 팬데믹·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납기 경쟁력이 통했던 시장이 이제는 블록화와 절충교역 중심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캐나다 역시 단순 구매를 넘어 전략적 산업 파트너십을 요구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최근 캐나다 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잇달아 찾은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한화오션은 특수선을 중심으로 광물·에너지·우주·방산까지 연계한 그룹 단위 협력 패키지를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 성장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잠수함을 포함해 특수선 수주 파이프라인이 확대되고 있고, 폴란드·캐나다 외에도 사우디·그리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신규 잠수함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캐나다 등 대형 수출 프로젝트 수주 시, 잠수함 시장에 핵심 플레이어로 부각되며 장기 매출 성장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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