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 9월 7일까지 NOL유니플렉스
6살에 소아마비로 다리가 휘소, 18살에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는 사고로 척추와 다리, 갈비뼈까지 몸이 산산이 부서져 철심에 의지했다. 그런 소녀에게 나타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돌아온 건 배신이었고, 세 번의 유산까지 감내해야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을 그녀는 색으로 채웠다. 맥시코의 전석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가 ‘고통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뮤지컬 ‘프리다’는 ‘더 라스트 나잇 쇼’에서 프리다가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공연은 단순히 한 화가의 일대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평생을 고통과 절망 속에서 살았지만, 그 모든 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삶을 사랑했던 프리다의 강인한 정신을 밀도 높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때로는 콘서트처럼, 때로는 토크쇼처럼 프리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레플레하가 쇼의 진행자 역할을 맡고, 프리다의 연인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기도 한다. 쇼에서 데스티노는 프리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메모리아는 프리다가 상상하는 또 다른 프리다로 쇼에 등장한다.
공연엔 오직 여성 캐릭터 네 명이 쇼를 이끈다. 초연부터 프리다를 연기해온 김소향이 다시 한 번 참여했고, 김지우와 김히어라, 정유지가 함께 프리다를 연기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 처음 참여한 정유지는 처음 프리다를 연기함에도 삶의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낸 인물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허스키한 음색은 프리다의 고통스럽고 거칠었던 삶을, 그리고 그 속에서 굳건하게 버텨낸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다. 가녀린 체구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 연기 역시 프리다의 연약하지만 강한 의지를 대변하는 듯 보인다.
화려한 프리다의 캐스팅은 물론 레플레하 역에 전수미·장은하와 함께 ‘스우파’ 출신 안무가 아이키가 캐스팅되면서 크게 화제를 모았고, 데스티노 역에 이아름솔·이지연·박선영, 메모리아 역에 박시인·허윤슬·유연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프리다’는 고통만을 노래하는 작품이 아니다. 프리다의 인생을 수놓았던 뜨거운 사랑과 예술혼 역시 중요한 축을 이룬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고통을 통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강렬한 하드록과 매혹적인 탱고 리듬 등 다채로운 넘버들이 프리다의 사랑과 분노, 회환과 투쟁 등 굴곡인 삶을 대변하는 듯 하다.
무엇보다 프리다의 연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에게 마음을 전하는 넘버인 ‘허밍버드’는 이 작품의 백미다. 레플레하가 디에고 리베라를 함께 연기하는데, 역을 맡은 배우에 따라 ‘허밍버드’가 다르게 구현된다. 뮤지컬 말미 프리다가 무대를 캔버스 삼아 붉은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자화상을 그리는 장면 또한 압권이다. 공연은 9월 7일까지 NOL 유니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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