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애플, 9일 中랴오닝 다롄 직영매장 사상 첫 폐점
화웨이·비보 등 中 업체에 밀려 中 시장점유율 5위로 추락
‘궈차오 열풍’,보조금 제외,아이폰 사용제한 조치 하락 요인
쿡, 지난에만 세번 방중하고 통큰 기부 등 공들여도 역부족
애플이 오는 9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중산(中山)구 바이녠청(百年城) 내 직영 매장을 폐점한다. 애플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직영점이 문을 닫는 첫 사례다. 2015년 10월 문을 연 다롄의 첫 애플 매장이다. 이 매장이 문을 닫으면 다롄에는 애플 직영점은 한 곳만 남는다.
애플은 바이녠청 운영사가 바뀌면서 미국 코치를 비롯해 프랑스 산드로, 독일 휴고보스 등 여러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철수함에 따라 폐점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스마트폰 경쟁업체에 밀려났다는 점이 주요인이 꼽힌다는 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에 밀려나며 굴욕을 당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관세전쟁’ 등 갈등 여파로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애플 기기 사용이 금지된 데다 지난 몇 년새 업그레이드된 중국 제품의 기술력 덕에 ‘궈차오(國潮·국산 소비) 열풍’이 확산한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던 애플은 올해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 등이 지난 28일 기술시장 분석업체 카날리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2025년도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3월) 중국 매출액은 전년보다 2.3% 감소한 160억 달러(약 22조원)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인 168억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는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220만대(18%)를 출하해 비보(1180만대·17%)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미국의 제재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됐던 화웨이는 자체 기술로 2023년 ‘메이트 60’ 시리즈를 출시했고, 그 여세를 몰아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내놓는 등 기술력을 자랑하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위와 4위는 각각 오포(1070만대·16%)와 샤오미(小米·1040만대·15%)가 차지해 1∼4위 모두 중국산 브랜드다. 4개 업체 합산 점유율만 65%를 넘는다. 애플(1010만대·15%)은 5위에 머물렀다. 아이반 램 카운터포인트 책임 연구원은 “화웨이는 핵심 사용자층의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구형 모델을 신규 모델로 교체하려는 수요에 힘입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중국에서 25% 수준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던 애플이 지난해 3위로 떨어진데 이어 올들어 5위로 추락한 것이다. 2023년 4분기 애플은 2위 아너와 10%포인트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인 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아이폰 신작의 영향으로 1위에 오르긴 했으나 화웨이, 비보 등 중국 업체와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미·중 갈등이 심화로 중국 내 반미(反美) 감정이 확산되면서 젊은 소비층들을 중심으로 자국 브랜드 선호하는 ‘궈차오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가 자국 브랜드폰 소비 진작을 위해 6000위안(약 116만원) 이하 스마트폰에만 정가의 15%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 게 걸림돌이 됐다.
중국산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아이폰(중국 판매용) 탑재가 중국 정부의 불허로 막힌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지 업체들은 가성비나 AI 등 신기능을 장착한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애플은 다소 뒤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제한 조치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국은 2023년 중앙정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이 조치는 국유기업과 공공기관 등으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애플의 판매가 부진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더욱이 생성형 AI 서비스 출시 전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오픈AI의 챗GPT 등 서방의 AI 모델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에 AI 기능을 탑재하려면 현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에는 애플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가 공동 개발한 AI 기능을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해 규제 당국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세문제 역시 골칫거리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2월부터 2회에 걸쳐 10%씩 모두 20%의 추가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매겼다. 지난 몇 년간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애플의 제품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와 샤오미(小米) 등 중국 브랜드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 미국의 제재로 5G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됐던 화웨이는 자체 기술로 2023년 ‘메이트 60’ 시리즈를 선보인데 이어 고삐를 당겨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내놓는 등 기술력을 뽐내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당황한 애플은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중국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에만 세 번 방중(訪中)한데 이어 올해도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찾는 등 ‘떠나간’ 중국인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여기에다 지난 3월 26일에는 중국 저장(浙江)대에 통 크게 3000만 위안을 쾌척하기도 했다. 저장성 성도 항저우(杭州)에 있는 공학 명문인 저장대는 올해 초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로 세상을 놀라게 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의 모교이기도 하다.
애플이 기부한 기금은 워크숍과 인턴십, 멘토링 제도 등을 통해 학생들을 업계 리더, 투자자와 연결하고 비즈니스 교육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저장대에 모두 5000만 위안을 기부해 ‘모바이 애플리케이션 혁신 대회’를 운영해왔다.
특히 애플은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국가보조금 정책에도 처음 참여했다. SCMP에 따르면 애플 중국 본사는 지난달 24일 홈페이지 공고문을 통해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소비자들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일부 모델을 애플 직영점에서 구매할 경우 최대 2000 위안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8곳의 애플 직영 매장에서 사야 하며, 베이징에서는 애플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주문하고, 배송 주소를 베이징으로 하면 받을 수 있다. SCMP는 “그동안 징둥(京東)닷컴, 알리바바 타오바오(淘寶) 등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일부 애플 제품은 보조금 대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자사 직영 유통망을 통해 처음으로 정부 보조금 적용 제품을 직접 할인 판매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애플의 보조금 참여는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이 2025년 1.9%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소비자 전자제품 중 6000 위안 이하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의 15%를 나라가 대신 내주는 보조금 정책에서 아이폰 모델 대부분이 제외된 것이 애플 출하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급감했고, 애플은 중국 상위 5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기록한 업체가 됐다. 이 기간 샤오미는 39.9%, 화웨이는 10% 각각 늘었다. IDC는 "전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정부 보조금 영향으로 올해 3% 늘어날 것"이라며 "애플의 고전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에다 중국의 전반적인 경기 둔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윌 웡 IDC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프리미엄 가격정책으로 보조금 혜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반면, 샤오미는 정부 보조금 활용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먹혀들면서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