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전통극…‘현대’적인 ‘전통’ 공연의 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30 07:14  수정 2025.07.30 07:14

한국의 전통 공연이 세계 무대에서 연이어 성공적인 기록을 세우며 그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립정동극장의 전통연희극 ‘광대’가 대만 공연에서 전석 매진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한국 전통극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올해 1월 국립정동극장이 선보인 전통연희극 '광대' 공연 장면 ⓒ국립정동극장

지난 7월 19일과 20일, 국립정동극장은 전통연희극 ‘광대’를 대만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국립정동극장이 전통 공연으로 해외에서 정식 공연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전석 매진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는 국내에서도 해외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광대’가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대만 공연의 성공을 발판 삼아 국립정동극장은 한국 전통극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립정동극장은 “정성숙 대표이사가 대만국립전통예술센터를 방문해 천웨이이(陳悅宜) 센터장을 만나 양국 전통문화 발전을 위한 향후 교류사업을 논의했다”며 “양 기관장은 후속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대만국립극장 국제교류 프로듀서를 비롯한 현지 관계자들과 ‘광대’의 해외 유통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전통극이 일회성 해외 공연을 넘어, 지속적인 교류와 유통을 통해 세계 시장에 안착하려는 전략적인 접근으로 풀이된다.


‘광대’에 앞서서도 이미 한국 전통극은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의 의식무인 일무를 모티프로 제작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2022년 초연부터 매년 세종문화회관 시즌에 편성된 인기작으로, 2023년에는 뉴욕 링컨센터에 초청되어 해외 관객 대상으로도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일무’의 성공은 한국 전통 공연이 현대적인 감각과 높은 완성도를 갖춘다면 해외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을 바탕으로 국내 공연계는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립극장의 ‘심청’은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요나 킴 연출가가 오페라와 판소리를 결합하여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으로, 전통 판소리의 깊이와 오페라의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다. 국립정동극장의 ‘단심’ 역시 ‘일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정구호 연출가와 정혜진 안무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의 성공적인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한국 전통극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전통을 고수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춘 연출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전통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시각적으로 풍부한 미장센, 그리고 기존 장르와의 파격적인 결합 등을 통해 해외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또한 해외 공연 단체 및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국제적인 시야를 확보하고, 체계적인 해외 유통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K-전통극 세계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한 일회성 초청 공연을 넘어,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한국 전통극은 이미 오랜 역사와 깊은 예술성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여기에 현대적인 재해석과 적극적인 세계화 전략이 더해진다면, 케이팝과 케이드라마에 이어 ‘K-전통극’ 역시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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