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기고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 등
중동의 위기 상황, 먼 나라들의 문제 아냐
한미동맹 공고히 하고 국방혁신 추진해야
2000년간 유랑민으로 떠돌던 유대인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본격 이주한다. 그들이 이 땅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경의 출애굽기에 나오듯 '약속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유대인 이주 초기만 해도 토착 팔레스타인들은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유입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지역 갈등 조정을 약속했던 영국이 그 역할을 다하지 않자 1947년 유엔(UN)이 나서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할안(案)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 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배척받았으며 본격적으로 영토 확보를 꾀하던 이스라엘의 행보에 위기의식을 느낀 주변 아랍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 간의 갈등이 더욱 악화돼 갔다. 이런 일촉즉발의 분쟁의 씨앗을 안은 채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다.
사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끝임 없는 전쟁의 원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보다 더 오랜 역사를 되짚어 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인류사적·종교사적 연속성을 가진다. 유일신(神) 여호와를 믿는 유대교와 기독교(개신교·천주교), 동방정교 등 범기독교 그리고 대척 진영에 있는 이슬람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뿌리가 동일하다. 그러하기에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모두에게 '예루살렘'은 성지 중의 성지로 대우받는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태동은 '아브라함'의 두 아들, 본처 '사라'가 낳은 '이삭'과 여종 '하갈'이 낳은 '이스마엘'로부터 기인한다. 이삭은 '기독교의 시작점'이 되며 이스마엘은 '이슬람교의 시작점'이 됐기 때문이다. 모두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큰 차이는 이삭과 이스마엘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는 정도이다. 유일신(神)을 함께 믿으나 고대·중세·근대·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혼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모든 갈등과 전쟁의 근원'은 신과 종교가 아니라 종교마저 정치적 이용하려던 '권력자들의 욕심'과 권력을 쟁취하려는 세력들이 각각의 이익선에 부합되는 진영으로 나누어 힘을 겨루었을 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서방국가에 많은 전쟁자금을 지원하고 그 덕에 약속의 땅에 다시 거주할 기회를 얻은 이스라엘이나 유대국가 멸망 후 2000년간 거주했기에 자신들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팔레스타인의 주장은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 이슬람교의 지배를 받는 중동지역에서 유일한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의 존재가 아랍 국가들에게 있어 눈에 가시처럼 인식되는 것은 지중해와 접한 북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튀니지가 과거 카르타고 시절 지중해 패권을 두고 로마와 전쟁을 하다가 패망하고 기독교 문화의 영향권에 있다가 지금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권에 있어 지금도 그 정체성의 혼동을 겪고 있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1948년 이래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과 분쟁은 전쟁으로 나타났으며 △1948년~1973년간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 △1978년~2000년 1·2차 이스라엘-레바논 분쟁 △1987년~2007년 1·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격렬 저항) △2006년 및 2024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2024년 이스라엘의 시리아 침공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1·2·3·4·5차 가자지구 전쟁 등 그 끝을 예단할 수 없는 지경이다. 중동 국가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무슨 힘으로 지금껏 국가를 지키고 있을까. 그것은 미국의 군사·경제·정치 분야의 전폭적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중동의 맹주 이란을 기습 공격한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무하마드 바게리 참모장 등 군 인사는 물론 페레이둔 압바시, 무하마드 테헤란치 등 핵 개발 과학자들을 일시에 제거했다. 공격은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정보작전과 현대 군사전술 자체를 바꾸기에 충분한 '초정밀 목표 타격'이었다. 이란은 미사일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으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의 목적은 '이란의 핵 개발 및 핵무기 보유 차단'에 있다. 이는 곧 과거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해 유럽인들을 억압했던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차단하려는 서방국가, 특히 미국의 동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1979년 2월 혁명으로 축출되었던 친서방 팔라비 왕조의 복귀를 도모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다시 이란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러시아·중국·북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러시아의 푸틴의 입장에서는 우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관심을 돌릴 수 있어 단기적으로 실보단 득이나, 장기적으로 중동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시진핑에게는 미국의 경제압박 정책에 부가되는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를 타개할 비상식적 돌파구를 모색할 수도 있다. 특히나 북한의 김정은은 체제 존속을 넘어선 '생존의 위협'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신변 보호를 위해 러시아의 최신 방공체계인 '판치르 S-1'을 평양 방어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동의 위기 상황은 저 멀리 있는 국가들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의 수장들이 연이어 방한해 무기 지원을 요구한 바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현대전을 경험한 수만 명의 북한군의 존재와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이전은 우리에게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다. 중동 역내 갈등이나 전쟁 역시 과거 오일쇼크를 넘어 선 군사적·정치적·경제적 측면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생존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전쟁 경험이 없는 우리 국군이 현대전 및 미래전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국방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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