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죠스’ (쏙) John Williams ‘Main Title (Theme From ‘Jaws’)’
죠스바를 알고 있어? 아니, 먹고 있다고? 지금? 20세기 흘러간 아이템인 줄 알고 죠스바를 소재로 ‘라떼 토크’를 하려 했는데, 죠스바는 현재진행형이었어. 그래. 미니 죠스바도 나오고 제로칼로리 죠스바도 나왔다지. 먹고 나면 혀가 검붉어지는 식용색소의 플렉스가 여전한지, 나도 오랜만에 2025 여름맞이로 한 번 사 먹어 봐야겠어.
죠스바는 대한민국에서 1983년 출시됐어. 죠스바는 영화 ‘죠스’(1975년)의 인기를 등에 업고 나온 빙과류지. 죠스바야 사람이 뜯어먹으면 달콤한 딸기 맛을 선사하지만 죠스는 사람을 뜯어먹고 그 맛은… 죠스만 알 뿐이라고.
무시무시한 백상아리가 백상아리란 엄연한 정식 명칭을 놔두고 ‘죠스(Jaws)’, 즉 턱주가리로 불리게 된 이유는 하나지. 1975년 영화 ‘죠스’ 때문이야. 물론 그 턱 사이에 걸린 거라면 뭐든 갈기갈기 찢어놓는 공포의 두 턱(jaw의 복수가 jaws)이 영화의 핵심이긴 하지만 턱의 지위를 위협하는 단 하나의 소재는 바로 상어의 꼬리지느러미일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놀고 있는 바다 수영 마니아들을 향해서 검은, 아니 회색 그림자가 다가오는 장면이야말로 ‘호러’의 폭발 이전에 영화를 진짜 끌고 가는 ‘서스펜스’이지. 그저 삼각형으로 수면 위에 솟은 꼬리지느러미 모양 하나면 돼. 아니지. 그것만으론 부족. 거기에 ‘미-파, 미-파, 미-파, 미-파’ 하는 반음계의 사운드트랙까지 얹혀야 식은땀 제조기가 완성되지.
‘죠스’의 음악감독은 존 윌리엄스야. ‘스타워즈’ ‘슈퍼맨’ ‘ET’ ‘쉰들러 리스트’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 ‘해리 포터’…. 그의 대표작만 나열해도 숨이 차오를 지경이야. 스코어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유려하지만 특히 메인 테마를 써내는 능력이 탁월해. 지난 시간에 헤비메탈 블랙 새버스의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 이야기를 하면서 ‘리프(riff)의 신’이라고 했던가. 아마 윌리엄스가 기타를 들고 밴드에 들어갔다면 메탈과 리프의 역사가 훨씬 더 당겨졌을지도 모를 일이지.
죠스 메인 테마 음악의 핵심은 ‘미-파’를 반복하는 반음계 진행이야. 이 부분이 드보르자크의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의 4악장 서두와 비슷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어. 존 윌리엄스는 줄리어드 음대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어. 또 다른 대표작인 ‘스타워즈’의 테마를 만들 땐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모음곡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지.
‘죠스’가 올해 개봉 50주년을 맞았어.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향방을 바꾼 중요한 작품이야. 최근 나온 다큐멘터리 ‘죠스 @ 50: 전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기예르모 델 토로, 제임스 캐머런, 퀜틴 타란티노를 비롯한 내로라 하는 감독들의 ‘죠스’에 대한 애정 고백이 가득해. ‘오션스’ 시리즈를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는 ‘죠스’를 무려 서른한 번이나 봤다고 털어놓지.
‘죠스’를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처음 존 윌리엄스가 가져온 테마 멜로디를 놓고 장난 치는 줄 알았대. ‘이 친구 농담 좋아하더니 이것도 농담이겠지.’ 그러나 나중엔 이렇게 고백하지. ‘내가 만든 기계 상어는 어설펐지만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그걸 완전히 살려줬다.’
메인 테마를 시작하는 저 유명한 음은 ‘미-파-미-파’이지만 숨은 킥은 20초 이후에 저음 관악기 튜바로 연주되는 두 번째 테마, 즉 ‘미♭-솔-레♭’의 멜로디야. 안 그래도 불협적인 ‘미-파’의 반복 선율에 그것과도 불협되는 저 불길하고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선율이 얹히면서 ‘악마의 화성’이 완성되지.
마침 ‘죠스’의 1975년 예고편에 이런 내레이션이 등장해. ‘신은 악마를 창조하고 그에게 두 턱을 선사했다.
음악에도 죠스 같은 존재가 있어. 18세기 유럽에서 ‘음악 속 악마(diabolus in musica)’라 불린 것들이지. 단2도나 감5도 같은 불안한 음정을 가리켜. 신성한 교회 음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음악에서 이런 음정을 사용하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시됐지.
존 윌리엄스는 저 ‘죠스’의 두 번째 테마에서 음색이 가진 미묘한 서스펜스도 활용했지. 소리의 결이 부드러운 데다 너무 음역이 낮아서 영화음악에서는 우아한 배경음이나 코믹한 요소로 쓰이곤 했던 튜바. 튜바로서는 고음역대인 음들을 내게 함으로써 독특한 인상을 줬지. 더구나 저렇게 불길한 멜로디가 저렇게 부드러운 음색으로 은근히 튀어나올 때 느껴지는 서스펜스는 ‘꽈과과광!’ 하고 천둥처럼 내지르는 크레셴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질나는 긴장감을 북돋우지.
지긋지긋한 더위와 비로 지친 심신을 아이스크림 한 조각, 스릴러 영화 한 편으로 달래보는 건 어때? ‘죠스’의 사운드트랙도 최근 50주년을 기념해 전곡을 새롭게 믹스한 ‘죠스 50’으로 새로 발매됐어. 어떤 책에서 읽었어. 인류가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오감 가운데 70% 이상을 시각이 차지한대. 청각 의존도는 20%에 불과하다고. 그래도 인류가 청각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예리하게 벼리며, 끝내 청각 예술인 음악까지 창조하게 된 데는 그것이 선사시대부터 가졌던 시각을 뛰어넘는 효용성 때문이라고 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 언덕 너머에서 들려오는 수상한 소리. 그것이 그저 지나가는 동물 떼의 소리인지, 아니면 우리를 절멸시키기 위해 다가오는 부족 군대의 움직임 소리인지 판단해야만 했다고.
삼각형 꼬리만으로 은밀하게 다가오는 존재, 그것을 감싸는 저음과 튜바의 사운드트랙이 사람들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데는 아마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미-파-미-파-미-파-미-파…’
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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