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가능성 높지 않은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는 정신 발휘
홍명보호는 사상 첫 한일전 3연패 수모, 안방서 트로피 내줘
6년 만에 안방서 개최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신상우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최종전서 2-0 승리했다.
경기 전까지 3위에 머물던 여자대표팀은 앞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경기사 0-0으로 비기는 바람에 우승 가능성이 열렸고, 우승에 필요한 2골을 성공시키면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반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웃지 못했다. 전날 열린 일본과의 최종전서 0-1로 패한 남자대표팀은 6년만의 우승이 좌절됐고, 트로피 또한 안방서 일본에 내주고 말았다. 무엇보다 한일전 3연패는 양 팀이 맞대결을 시작한 이래 처음 겪는 굴욕이다.
상반된 결과를 낸 남녀 대표팀 사령탑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온도 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여자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상우 감독은 WK리그 등 여자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지도자다.
그는 취임 당시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색깔을 입히겠다”며 3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신 감독은 △선수와 스태프 간 소통으로 신뢰 구축 △동기 부여,△여자 선수들에 맞는 전략과 전술 등을 뿌리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감독 부임 후 여자대표팀은 대회 전까지 7경기를 치르며 3승 1무 3패로 고전했고, 무엇보다 한 수 위 중국, 일본과 맞대결을 펼쳐야 했기에 우승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상우 감독은 천명한대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확실하게 선보였다. 특히 중국, 일본전에서는 모두 선제골을 내줬으나 동기부여를 통해 선수들의 추격 의지에 불을 붙였고, 상황에 맞는 전술을 주문하는 유연함도 돋보였다.
강한 뒷심과 신구 조화가 어우러진 여자대표팀은 중국, 일본전 무승부로 이미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고, 행운의 우승까지 거머쥐며 자신감까지 얻는데 성공했다.
반면, 홍명보 남자 대표팀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취임 당시부터 축구팬들의 강한 반대와 비판에 시달렸던 홍 감독은 경기를 치를 때마다 팬들의 야유에 시달려야 했고 이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많은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대표팀은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홈보다 원정경기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였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쳐 아시아 예선을 통과했으나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도 효과가 발휘될지 의문이다. 홍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은 U자형 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데다 공격이 통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B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자대표팀은 오는 9월 미국으로 건너가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 멕시코와 잇따라 만난다. 두 팀 모두 한국보다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팀을 잡을 무기가 과연 있을지, 홍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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