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 시들해지자 그 자리를 일반인들이 채우고 있다.
길거리 토크쇼 ‘틈만나면’부터 ‘부자’들의 일상을 포착하는 ‘백억짜리 아침식사’를 비롯해 우리네 이웃들의 집을 찾는 ‘한끼합쇼’까지. 일반인들의 삶을 파고드는 콘텐츠가 방송가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틈만나면’은 일상 속 마주하는 잠깐의 틈새 시간 사이에 행운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인 유재석과 배우 유연석이 MC로 활약 중이다. 매회 새로운 게스트와 함께 시민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또 게임을 하며 공감과 재미를 모두 잡는다. 학교 또는 직장 등 거리 곳곳을 누비며 공감의 폭도 넓힌다.
혹은 부자들을 찾아가 교훈을 얻기도 한다.EBS·E채널 ‘백억짜리 아침식사’와 tvN STORY ‘백억짜리 아침식사’에서는 존경받고,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공개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KBS2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에는 가수 화사 등 연예인이 출연하기도 하지만 뉴욕에서 스테이크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이먼 킴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공개 중이다.
한때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가깝게 포착하는 관찰 예능이 인기였다면, 그 바통을 일반인들이 잇는 모양새다. 지금도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연예인들의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털털한 일상이 소재가 되지만, ‘상대적 박탈감’ 등을 이유로 전 같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진 못하고 있는 것.
여기에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이 ‘진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취향을 파고들면서 TV 플랫폼에서도 일반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시도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틈만 나면’처럼 거리의 시민들을 만나는 시도보다는 부자들의 서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메시지 전달 또는 화제성 유발 등 나름의 이유로 보통의 사람보다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가진 일반인들이 각광을 받을 순 있지만, 이것이 호불호를 야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 예로 5년 전 종영한 ‘한끼줍쇼’와 같은 콘셉트를 공유하는 ‘한끼합쇼’는 이웃 간의 정이 허물어진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들이 평범한 가정 속 음식 창고를 털어 ‘선물 같은 한 끼’를 함께한다는 의도와 달리 첫 회에서 서울 성북동을 찾아가 ‘화려한’ 한 끼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다는 성북동 담벼락을 허문 것으로 화제를 모으기는 했으나, 결국 온라인상에서 회자된 것은, 밥 친구의 화려한 식재료들과 그의 정체를 둘러싼 호기심이었다.
물론 부와 성공 일군 부자들 찾아가지만, 그들의 ‘화려함’보다는 인생의 지혜를 부각하는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처럼, 진짜 어른 혹은 멘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역시 TV 프로그램만이 줄 수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메시지와 볼거리 사이, 결국 상대적 박탈감만 부각하는 전개도 없지 않다.
같은 시기 폭염 속 노점 할머니를 돕는 유튜브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된 것을 생각하면, 시청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무더위 속에서 농작물 등을 파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 해당 농작물을 구입하고, 나아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콘텐츠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 일각에서는 ‘콘텐츠용 선행’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면서 과거 취약계층을 도우며 감동과 의미를 함께 전했던 MBC ‘일밤-러브하우스’와 같은 ‘공익성’에 방점을 찍은 TV 프로그램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는 반응도 함께 이어졌다.
결국 일반인의 삶을 파고드는 TV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우리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는 못한 셈이다. 진짜 이야기를 표방하지만, 시청자들과 멀어지고 있는 일부 프로그램들에 아쉬움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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