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2역 연기 도전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멀었다’는 대사에 공감…현실에 최선 다하고파”
쌍둥이 캐릭터로 1인 2역 연기를 소화한 배우 박보영은 ‘미지의 서울’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인생 드라마’라는 작품을 향한 호평도 이어졌다. 부족하지만, 서로 돕고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지의 서울’만의 ‘따뜻한’ 응원에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박보영은 ‘인생 캐릭터’ 경신에 대한 욕심보다, 이 같은 ‘미지의 서울’만의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닿은 것 같아 감사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미지, 미래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을 통해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드라마다.
박보영은 이 드라마에서 미지, 미래 역을 맡아 성격도, 개성도 다른 쌍둥이 자매를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크게 좌절한 뒤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나아가는 미지, 엘리트의 길을 걸으며 모두의 신뢰를 받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었던 미래. 복잡한 서사를 가진 두 인물이었지만, 박보영은 각 인물의 성장사를 완벽하게 납득시켰다.
처음엔 걱정도 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인물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각 캐릭터의 서사에 몰입하며 자연스럽게 현실감을 확보해 나갔다.
“초반엔 감독님과 각자의 디자인을 맞춰보는 시간이 있었다. 제일 중요하게 이야기하신 것은, 우리가 1인 2역을 한다고 해서 너무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디테일로 잡아가고자 했다. 톤의 차이를 주더라도 내가 평소 내지 않는 톤을 억지로 내는 건 지양하려고 했다. 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감정씬이었다. 미래는 눈물을 꾹 참는다면, 미지는 아이 같이 울었다. 미지는 제가 사회생활 할 때 쓰는 톤을, 미래는 정말 편안한 일상에서 쓰는 톤으로 말하는 식으로 접근도 했다.”
시청자들은 눈치채지 못할 부분까지도 신경 쓰며 섬세하게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미래인 척하는 미지, 미지인 척하는 미래 등 1인 2역에 ‘인생 체인지’ 설정까지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한순간도 헷갈리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 같은 노력들이 있었다.
“미래는 머리를 묶을 때 머리를 남기지 않는다면, 미지는 항상 꼬리를 남긴다. 미지만 아이라인을 점막까지 채운다던가, 그런 것도 신경을 썼다. 미래는 우리끼리 ‘화장을 잘 못한다’고 설정해 꼬리만 살짝 뺀다거나. 그런 식으로 차이를 두고자 했다.”
박보영에게도 ‘도전’인 작품이었지만, ‘미지의 서울’만의 정서엔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박보영은 자신 또한 힘든 시기가 있었다며, 흔들리며 성장하는 미래와 미지에게 공감하고, 또 응원했다.
“저도 인생에서 실패도 경험하고, 낙담도 경험했다. 그때 나도 ‘나 이러다가 아무것도 안 되는 것 아냐’라고 했었다. 그런 면에선 미래보다는 미지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신기함을 느끼는 것도 공감했다. 제가 한 번은 울고 싶은데, 울 공간이 없어서 한강을 찾은 적이 있다. 저만의 스팟이 생겼다. 지금도 일을 하다가 쏟아내고 싶을 때 꼭 그곳을 찾게 된다. 다녀오면 좀 후련하다. 요즘엔 그곳이 스스로 다짐하고 오는 장소가 됐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감사했다. 전작인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통해서도 위로를 전했던 박보영은, 시청자들에게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고통이 있지 않나. 그런데 남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나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누군가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나. 촬영이 잘 안 됐을 때 그걸 계속 붙잡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는) 이미 어제 촬영은 끝났고, 내일 남은 촬영도 산더미다. 그럼에도 내일은 멀었으니, 지금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고 되뇌었다. 이 메시지가 ‘미지의 서울’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여겼다.”
따뜻한 메시지의 작품을 연이어 소화하며 인간 박보영도 함께 성장 중이다.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라는 말에 ‘20년이나 연기를 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놀랐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내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처음엔 감독님께 매일 혼나고, 집에 가서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온 우주가 ‘이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연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나는 내게 후한 편이 아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하면서 나를 칭찬하는 걸 배웠고, 그러면서 좀 늘고 있다. 요즘엔 그냥 ‘내가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못하진 않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여긴다. 언제까지 내게 관심을 주실지, 또 언제까지 선택해 주실지 모르지 않나. 사랑을 주실 때 잔뜩 받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20주년이라고 하니 오래 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성장해 간 과정을 돌아봤을 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길 것 같다. 이제야 조금 성장한 것 같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