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인큐베이터’ 전략…대극장 성공 신화 쓴, 소극장발 뮤지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13 11:02  수정 2025.07.13 11:02

한국 뮤지컬 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제작비와 흥행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고위험 산업이다. 특히 대극장 뮤지컬은 한 번 막을 올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신작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입된다.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NHN링크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몇몇 작품들이 보여준 특별한 성공 방정식이 공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극장에서 시작하여 대극장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한 사례들이다. 최근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300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 DCF 대명문화광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초연했으나,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과 대극장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덕분에 지난해 10월, 1000석 규모의 뉴욕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과 대극장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덕분에, 소극장에서의 성공적인 검증 이후 대극장으로의 전환이 보다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해피엔딩’ 이전에, 뮤지컬 ‘헤드윅’이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무대를 키운 대표적 사례다. 2005년, 250석 규모의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한국 프로덕션의 막을 올린 ‘헤드윅’은 파워풀한 음악, 콘서트와 뮤지컬을 넘나드는 듯한 독특한 스토리와 연출 등 독보적인 매력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헤드윅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이후 매 시즌 여러 소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성장해온 ‘헤드윅’은 2016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규모와 내용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무대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4년엔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했다.


소극장은 대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적은 예산으로 인해 신작 개발의 시험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어쩌면 해피엔딩’과 ‘헤드윅’ 같은 작품들의 성공은 소극장이 단순한 시험장을 넘어, ‘콘텐츠 인큐베이터’로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소극장 작품이 대극장으로 옮겨지는 것은 사실상 ‘대대적인 수정’이 동반된다. 무대 연출부터 음향,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동선까지, 거의 모든 요소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수반하며, 성공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소극장발 대극장 진출은 매우 이례적인 성공 모델로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대극장 신작 중심의 경쟁이 치열하다. 높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는 창작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극장을 ‘콘텐츠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고, ‘검증 후 확장’이라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 공연 관계자는 “‘헤드윅’ ‘어쩌면 해피엔딩’과 같은 사례는, 단순히 제작사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넘어 창작 뮤지컬 생태계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소극장에서 작품의 매력과 흥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시장의 반응과 투자 유치 여부에 따라 대극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작품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신진 창작자들에게도 소극장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적인 경우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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