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개봉 후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11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135만명이다. 한국에서는 일주일 만에 전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관객의 절반을 모았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개봉 직후 외신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BBC는 "낡고, 스릴이 없다"며 역대 '쥬라기 월드' 시리즈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했으며, ABC 뉴스는 "에드워즈 감독 고유의 스타일이 더 많이 드러나지 못해 아쉽고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재활용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도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작품을 찾는 이들 덕에 12일 현재까지도 박스오피스 3위권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해외 혹평과 달리 한국에서 호평이 이어지는 상황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작의 국내 평가 때문이다. 2022년 개봉해 국내 관객 280만명을 동원한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은, 개봉 첫날 76만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며 당시 코로나19 발발 이후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곧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혹평이 나왔다.
'공룡이 아닌 메뚜기 월드'라는 혹평 속에 관객의 외면을 받고 개봉 2일차에 10만, 개봉 7일차에 5만 관객을 기록했다. 반면 이번 시리즈는 이야기의 힘이 부족하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공룡'이라는 정체성에 조금 더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티라노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부터 세계관 속 공룡인 스피노사우르스, 모사사우르스까지 등장하는 공룡만 약 18종이다. 공룡이 줄 수 있는 압도감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충분한 만족을 주는 라인업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 '28년 후'의 흥행 실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뛰는 좀비'로 전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28일 후'의 정통 후속작으로 영화팬들의 관심 속에 개봉 후 이틀 간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8년 후'는 세 개의 시리즈로 이뤄진 터라 그 첫 번째 편인 이 작품에서는 좀비와의 추격전 대신 등장인물의 서사에 집중했고,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철학적 메시지로 무게가 더해지며 관객의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개봉 7일 만에 박스오피스 6위로 밀려난 이 작품은 약 35만 명의 국내 관객을 모으는 데에 그치고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췄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적어도 한국 영화 시장에서만큼은 크리처를 내세운 어드벤처·공포물의 경우 작품의 서사가 어느 정도 부족하더라도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경우 경쟁작인 '슈퍼맨'의 개봉으로 개봉 8일 차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봉 8일 차에 3위로 내려온 후 9일 차에 2위로 반등한 만큼 관객 수를 다시 회복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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