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클]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 가봤다…카트 끌며 ‘직접 보고 골라’, 가격은?

석지연 기자 (hd6244@dailian.co.kr)

입력 2025.07.10 12:44  수정 2025.07.10 12:46

메가팩토리약국 대표 약사가 한 고객에게 복약 상담을 해주고 있다. ⓒ 석지연 기자

“제가 머리가 아픈데 어떤 약을 먹어야 할까요?”, “종합 감기약 어디 있어요?”.


9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메가팩토리약국’ 성남점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객들은 흰 가운을 입은 약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며, 적절한 약을 추천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묻고 있었다.


기존의 조용한 동네 약국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약을 사러 왔다기보다는 약을 ‘찾고, 고르는’, 마치 약을 ‘쇼핑하는’ 모습이었다.


이 곳은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창고형 약국.


약국이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마트처럼 넓고 시원한 통로, 곳곳에 진열된 제품들 앞에서 고객들이 쇼핑 카트를 끌며 물건을 고르고 비교하고 원하는 약 제품을 보고 골라 담고 있었다.


창고형 약국은 파는 상품이 ‘약’이다 보니 단순히 진열된 제품을 선택해 사는 것을 넘어 약사의 전무적 조언까지 받을 수 있는 복합적인 구조다.


전체적으로 약국이라는 공간의 틀을 벗어나 의약품의 전문성과 대형마트의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형태의 공간으로 설계됐다.


내부 모습 ⓒ석지연 기자
ⓒ 석지연 기자
“다른 약보다는 2000원 더 싸네요”


“약이 싸다고 해서 왔어요”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되는 의약품들은 전반적으로 시중 약국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었다.


이 약국은 공장 직매입과 대량 유통 체제를 기반으로 일반 약국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


진열된 제품만 2500여 종. 일반의약품뿐만 아니라 각종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약품까지 폭넓게 구성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자유롭게 고르면서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1+1 행사제품, 100정에 3000원짜리 비타민, 에프킬라 3000원, 미니 가글 1200원 등 가격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약품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 사는 이씨(남·20대)는 “소문 듣고 멀리서 왔다. 평소 영양제를 챙겨 먹는데 생각보다 약도 많고 약들도 저렴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자녀를 두고 있는 40대 홍씨(여)도 “저는 성남시에 사는데 저희 동네 약국은 너무 비싸다.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데 아이들이 먹는 비타민을 1~2개 사면 기본적으로 1만원이 넘어간다”며 “그래서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 동네 약국 대신 이곳에 왔다. 동네 약국 가격대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고 만족해 했다.


ⓒ석지연 기자
약국 개념 넘어 ‘약 마트’?...오남용 우려 vs 소비자 선택


창고형 약국에 대한 호응도 있었지만 일부 소비자는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홍씨(여·60대)는 “막 싸다고 소문나서 오긴 했는데 50% 정도로 싸거나 하진 않았다”면서 “오히려 멀리서 왔는데 교통비가 더 들 것 같다. 이왕 왔으니 대량으로 구매해야겠다”며 대량 구매를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명재씨(남·30대)는 “아무래도 코스트코처럼 쇼핑하는 느낌이라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약사가 별로 없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찾는 약을 물어볼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약국 위치든 주차장이든 여러모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며 “직접 운전해서 와야 하기 때문에 소량으로 구매하면 별 메리트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많은 고객이 타 지역에서 왔거나 매장의 위치 접근성이 떨어져 ‘한 번 올 때 많이 사자’는 식으로 대량 구매하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가격과 성분을 비교한 뒤 카트에 제품을 담는 ‘셀프 쇼핑’의 특성상 가격 비교와 선택의 자유는 있으나 오남용 우려도 함께 나왔다. 약에 대한 전문적 지식 없이 다량으로 구매해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에 대해 “약국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안전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영역이므로 자칫 잘못 먹는 오용, 많이 먹는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두선 대표 약사는 “우리 약국이 동네 약국을 죽인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크게 영향이 없다고 본다”며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기준이 다른데, 소비자들은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신들의 의지로 약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고 해도 가족 단위로 나눠 복용하거나 적절한 환경에서 보관해두고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오남용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창고형 약국은 약국 유통 구조의 새로운 모델로, 소비자 선택권을 확장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저렴하고 자유로운 쇼핑’이라는 장점 뒤에 가려진 공공성 훼손, 전문성 약화, 기존 약국과의 생존 경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석지연 기자 (hd62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