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23일 의총서 혁신안 논의해야" 주장
'수용 가능성'은 제로…인요한 "부결 될 것"
일각선 윤 위원장의 자기정치 가능성 언급도
8·22 전대로 들어설 지도부, 수용 여부 주목
윤희숙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급제동에 걸린 모양새다. 윤 위원장이 꺼낸 급진적인 혁신안이 당내 반발을 사면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다, 차기 전당대회 일정이 결정되면서 혁신의 주도권 자체가 차기 당대표에게로 넘어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일각에선 이번 혁신위를 거치면서 남은 것이라곤 윤 위원장의 이름과 무늬만 혁신위를 띄워 당내 분란을 키운 현 지도부의 잘못된 선택 뿐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희숙 위원장은 22일 채널A에 출연해 "혁신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내고 (비대위는) 그것을 전적으로 수용하든, 깎아서 수용하든 결정을 해야 한다"며 "비대위가 내일(23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을) 논의조차 안 한다는 것은 대단히 염치 없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혁신위가 낸 혁신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 수해가 발생하자 복구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이를 21일로 연기했다가 다시 취소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예정된 23일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공고를 낸 상황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9일 당 혁신위를 맡으면서 총 4차례의 혁신위 회의를 열어 △최고위원제 폐지 △중앙당무회의 신설 △전국 민심회의 신설 △비례대표 공천 시 청년 할당 확대 △당원소환위 설치 △권역별 최고위원 선출 △문제지역 조기공천 등 다수의 혁신안을 내놨다.
문제는 당내 반발을 초래한 혁신안이 존재한단 점이다. 첫번째 회의에서 발표된 '당헌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수록'과 지난 16일 윤 위원장이 직접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취를 결단하라고 압박한 인적쇄신안 1차분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언더73'을 거론하며 친한계를 겨냥해 계파 활동을 금지하라는 서약서를 제출하라는 내용 역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혁신안이 당내에 몰고온 파장은 컸다.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은 하나 같이 윤 혁신위원장의 성급한 발언을 질책하는 메시지를 냈으며, 계파정치의 대명사로 언급된 친한계 역시 "방향은 옳지만 방식이 미숙했다"(정성국 의원·21일 YTN 라디오)면서 혁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싸늘한 당내 반응에 벌써부터 혁신위가 실패했다는 비관 섞인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앞서 혁신위원장을 지냈던 인요한 의원은 지난 21일 YTN 라디오에서 윤희숙 혁신위가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특정인을 거론하며 나가라는 건 큰 실수다. 사람을 공격하는건 아니다"라며 "혁신위가 이미 추락했기 때문에 의원총회를 하면 혁신안은 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괜찮은 혁신안들도 있었는데 사실상 실명을 거론한 인적쇄신안과 '다구리' 논란에 전부 묻혀 버렸다"며 "남은 건 윤희숙이라는 이름과 혁신위가 또다시 실패했다는 오욕의 역사 뿐"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윤 위원장이 혁신위를 통해 이름값을 높인 만큼 자기정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꺼내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윤 위원장이 직접 꺼내든 인적쇄신안이 혁신위 내부에서조차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개인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8일 YTN 라디오에서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들과도 상의 안하고 급발진하는 걸 보면 나름 진정성도 있겠지만 이번 혁신위원장 활동을 통해 본인도 정치적으로 주목받고자 하는 자기정치의 욕심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강원 춘천갑 총선에 도전하기도 했던 강대규 변호사도 지난 21일 유튜브 '일타뉴스'에 출연해 "윤 위원장이 혁신안을 제시했는데도 아무도 안 받고 있는데 명분이 선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적 도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선 혁신위를 띄운 당 지도부의 오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지극히 제한적이었음에도 지도부가 이를 밀어붙여 갈등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을 하지 않고 그냥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대표가 들어서더라도 분명히 누군가를 향한 책임론은 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굳이 사실상 할 수 있는게 없는 혁신위를 띄운 건 당의 갈등을 더 키우자는 것 밖에 안 되는 선택이었다"고 비판했다.
혁신안의 내부 수용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당 안팎의 시선은 차기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혁신안 수용 여부나 새 혁신안을 8·22 전당대회 이후 출범할 새 지도부에 맡기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조경태 의원과 직전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 등은 인적쇄신 등을 기치로 내건 혁신안을 들고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문제는 모든 당권주자들이 윤 위원장이 제안한 인적쇄신 등을 내건 혁신안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출마 회견에서 윤 혁신위원장을 겨냥해 "당이 쪼그라드는 방향으로 혁신한다면 상당한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당내에선 윤 위원장이 던진 인적쇄신안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갈등을 부추길 요소가 될 수도 있단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인적 쇄신은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큰 주제지만 아직 총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하겠다는 쪽도 어려울 것이고, 안 하겠다고 하는 쪽도 곤란할 것"이라며 "뚜렷하게 (쇄신을) 하자는 쪽과 안 하자는 쪽으로 갈리면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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