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주다 갑자기 소액 송금"…'양육비 선지급제' 허점 악용 사례 늘어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7.08 09:25  수정 2025.07.08 09:25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직전 20만원씩 세 차례 입금"…선지급 대상서 제외돼

'3개월 연속 미지급' 조건 피하기 위해 비양육자, 소액 보내는 꼼수 사례 늘어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연합뉴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양육비 선지급제'의 허점을 일부 비양육자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4년 전 이혼한 뒤 두 자녀를 홀로 양육하고 있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그는 "전 남편이 이혼 직후 두 달간 양육비를 보내고, 나머지 3년10개월 동안 단 한 푼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그런데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직전에 20만원씩 세 차례 입금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한 양육비 선지급제는 양육비 채권이 있으나 양육비를 못 받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이를 채무자인 비양육자에게 회수하는 제도다. 선지급 대상은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3개월 또는 3회 이상 연속해서 양육비를 못 받은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양육비 채권자 가구의 미성년 자녀다.


이처럼 양육비 선지급제 신청 자격 요건 중 하나인 '3개월 연속 미지급' 조건을 피하기 위해 비양육자가 소액을 일부러 연달아 보내는 꼼수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류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선지급제를 신청하지 못하게 해서 징수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며 "실제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한부모 가족 커뮤니티에서는 '1년 가까이 양육비를 안 주다가 지난달 7만원이 입금됐다'는 등 비슷한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 신속히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낮은 처벌 수위도 지적됐다.


류 변호사는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개정법 시행 후 1년 간 감치 절차가 시작된 488건 중 30%가 넘는 161건이 비양육자의 거주지 불분명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며 "감치는 인신을 구속하는 행위라 이행의무위반, 심문기일 통지서 등이 대상자에게 직접 전달돼야 하는데, 비양육자들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한다. 서류만 수령하지 않으면 감치명령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 자녀 1인당 최대 월 20만원은 재판에서 통상적으로 산정되는 양육비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아직 제도가 조금 미숙할지언정, 양육비 이행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양육비는 반드시 줘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30일 공식 누리집 보도 자료를 통해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이후 나타나는 악의적·비정기적 지급 사례 등을 검토해 보완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