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릴만큼 털려" "2.5억 과하지 않아" 김민석 인사청문회 '날 선 공방'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6.26 00:05  수정 2025.06.26 00:12

金 "굳이 사과할 일 아니라고 생각"

"간사가 벼슬이냐" "왜 닭에 비유하나"

野 곽규택-與 김현 '닭벼슬' 논쟁도

'자료 미제출' 대치로 청문회 파행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자질과 도덕성 검증을 이틀째 이어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후보자를 겨냥해 '무자격·무자료 총리'라고 꼬집었지만, 김 후보자는 전날과 달리 정면 돌파를 작심한 듯 "낼 것은 다 내고, 털릴 것은 다 털렸다"고 적극 반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5일 자신들의 의혹 제기를 두고 '조작'이라고 표현한 김 후보자를 향해 사과를 요구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전날 청문회에서 우리 인사청문위원을 모독했다. 주진우 의원을 콕 찍어서 '국회의원들은 하지 않고 조작하는 나쁜 검사들이 하는 짓을 한다'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청문회에서 최근 5년간 김 후보자의 세비 대비 지출이 6억 원가량 많다며 자금 출처를 파고들었다. 김 후보자는 그에 상당하는 규모의 축의금부터 조의금, 출판기념회 수익, 처가의 생활비 지원 등을 공개하며 해명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정면 돌파를 작심한 듯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과거 두 차례 출판기념회를 통해 2억5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은 데 대해 "국민 일반의 눈으로 봐서는 큰돈이지만, (출판 기념회) 평균으로 봐서는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자산 증식에 대한 의혹이 거듭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내야 할 것은 다 냈고, 털릴 만큼 털렸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세비 외 수입 약 6억원의 자금 출처를 해명하는 과정 중 두 번의 출판기념회에서 총 2억5000만원 가량 수입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2년 4월 5일과 이듬해 11월 29일 두 번 출판기념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세비 외 수입에 대해 "한 해에 6억을 모아서 장롱에 쌓아놓았다고 볼 수 없는 게 누구의 눈에나 명백하다"면서 "어떤 분들은 제2의 논두렁 시계라고 프레임으로 만들어서 계속 지적하시고, 그게 국민의힘에 의해 현수막이 붙여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청문회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든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후보자는 과거 불법정치자금 사건 공여자 중 하나인 강신성 씨로부터 미국 유학 시절 매달 450만원가량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배추농사 투자 수익금'이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배추 농사에 얼마를 투자했느냐"고 묻자 "지금은 따로 살고 있는 애들 엄마가 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들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투자금을 상환 받았는지에 대해선 "(강 씨가) 상환을 못 하다가 한참 후에 애들 엄마에게 상환한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증거 자료가 없고 거래 내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엔 "왜 투명하지 않느냐"며 "증거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중국 출입기록, 칭화대 성적표, 증여세 납부내역, 2004년 1억8000만원 대출 상환자료 등 어떤 자료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청문회가 진행될 수 없다"며 "그래서 후보자가 '무자료 총리'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또 "어제 정부 예산과 국가부채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가 드러났다"며 "분명 부처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무자격 총리'라는 말로 귀결된다"고 했다.


이에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의혹은) 다 소명됐다"며 "후보자의 신상을 파헤쳐가며 근거 없이 폄훼하고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 정책질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현 민주당 의원의 "닭에 비유하지 말라"는 일침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의아함을 표하면서 때아닌 '닭벼슬' 논쟁도 이어졌다.


청문위원들 의사진행발언 과정에서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말을 했다. 이에 대해 인청특위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의사진행발언을 할 때는 위원장에게 얘기해야 한다. 왜 후보자와 1대1로 얘기하느냐"라고 하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간사님은 왜 끼어드시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곽 의원은 왜 끼어드느냐"며 "여당 간사에게 예의를 갖추고"라고 했다.


곽규택 의원은 "간사가 벼슬이냐"고 따졌고, 김현 의원은 "왜 닭에 비유하시냐"고 맞받았다. 청문위원장인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조용히 해달라"고 중재한 후 곽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내가 '간사가 벼슬이냐'고 하니까, (김현 의원이) 왜 동물에 비유하냐고 말씀하신다. 벼슬이라고 하는 게 닭 벼슬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소모적 신경전만 반복되며 청문회는 파행됐다. 오후 5시 속개를 예고한 청문회는 자료 제출 상황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지며 밤늦도록 열리지 않다가 자정이 되면서 자동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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