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Y2K로다, 캣츠아이 '가브리엘라' [MV 리플레이(8)]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25 15:12  수정 2025.06.25 15:12

뮤직비디오는 음악과 안무,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담은 핵심 매체로 작용합니다.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의성 있는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서사 구조, 시각적 미학, 미장센을 분석해 작품의 함축된 메시지를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캣츠아이 '가브리엘라' MV

그룹 캣츠아이(다니엘라, 라라, 마농, 메간, 소피아, 윤채)는 20일 미니 2집 선공개곡 '가브리엘라'(Gabriela)를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영상은 공개 5일 만에 1200만뷰를 훌쩍 넘겼다. 영상을 확인한 리스너들은 작품을 라틴 아메리카권의 일일 연속극을 뜻하는 텔레노벨라의 과거 버전으로 편집한 방식을 두고 매우 독창적이라는 칭찬을 쏟아냈다.


줄거리


캣츠아이 멤버들은 '가브리엘라'라는 회사의 직원이다. 회장은 이들에게 차기 CEO, 즉 새 가브리엘라를 뽑겠다는 공지를 전하고, 멤버들은 차기 CEO 자리를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뺨을 때리는가 하면 도끼로 내려찍기까지 하며 몸싸움을 이어간다. 뮤직비디오 말미 캣츠아이는 한 라이브 쇼에 등장해 활약하지만, 사무실에서 이를 바라보던 회장은 예상치 못한 진짜 가브리엘라를 공개한다.


해석


'가브리엘라'라는 곡에서 캣츠아이는 화자로 존재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캣츠아이는 가브리엘라 그 자체가 된다. 뚜렷한 욕망이 있고 진취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데다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이로 인해 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선다.


특히 뮤직비디오 말미에서 이러한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사무실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일종의 쇼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라이브쇼의 진행자는 "SPILL THAT TEA!"라고 외치는데, 이는 "재밌는 이야기 좀 해 봐"라는 뜻의 숙어로, 사회자가 이 말을 하자마자 캣츠아이는 찻잎처럼 보이는 장미꽃잎에 바람을 불어 날려보내고, 객석에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관객은 환호한다.


ⓒ캣츠아이 '가브리엘라' MV
총평


사실 '가브리엘라'의 가사는 지나치게 매력적인 가브리엘라의 유혹을 견제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이 여성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연인과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함과 동시에 "넌 누구든 가질 수 있었잖아"라며 애처롭게 호소한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는 다르다. '가브리엘라'는 흘러나오지만, 캣츠아이는 여성의 욕망을 사랑이 아닌 직업적 야망으로 표현했다. 덕분에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캣츠아이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났다.


캣츠아이만의 Y2K 해석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에 맞춰 2000년대 '텔레노벨라'라는 소재를 선택해 Y2K 콘셉트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냈다. 특히 외국 콘텐츠에서 Y2K 무드를 참고할 때 '퀸카로 살아남는 법', '브링 잇 온' 등 미국 하이틴 영화를 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캣츠아이는 성인 여성이 주인공인 장르를 통해 섹시함과 말괄량이같은 매력을 동시에 가져갔다.


뮤직비디오에 특별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와 모델 수주의 존재감도 크다. 도도하고 깐깐한 회장으로 등장하는 제시카 알바는 영상 특유의 세기말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극 말미 천연덕스러운 모습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가브리엘라의 주인공이 공개될 때에도 '저 회장이라면 그랬을 것 같아'라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수주는 라이브쇼의 사회자 역으로 출연해 뮤직비디오를 설명하는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오늘의 방송은 캣츠아이 라이브보다 정신이 없다"는 엔딩 멘트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모두 적절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하면서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작품에 잘 녹아든 모습이다.


다만 멤버들의 스타일링이 지나치게 파격적인 점은 아쉽다. 노출이 상당한 터라 시청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물론 의상 톤은 곡의 분위기와 잘 맞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이지만, 일부 콘셉트는 자칫 퍼포먼스보다 의상이 먼저 회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한줄평


끝은 미약(?)하더라도 시작과 과정이 창대하니 의미가 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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