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본격 장마 시작…피해 속출
강우량보다 단시간 집중호우가 문제
5월부터 무더위…장마 후 폭염 걱정
‘책임 묻겠다’는 李, 실질적 대책이 필요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하면서 올해도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마 이후에는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의 불볕더위가 예고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주말 사이 내린 장맛비로 충청과 호남, 경남 지역에 피해가 속출했다. 전북 고창군에서는 500년이 넘은 고창읍성이 무너졌고, 전주시에서는 토사 유실로 나무가 쓰러져 산책로 출입이 통제됐다.
충남 공주시에서는 축대 붕괴로 철근과 토사가 흘러내렸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연초댐이 넘치면서 하천가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6~8월)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 50㎜를 넘기는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1973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6월 강수량은 평년(101.6~174.0㎜)보다 많을 확률을 40%, 비슷한 확률을 40%로 예측했다. 적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7월은 예년(245.9~308.2㎜)과 비슷할 확률이 50%, 많을 확률이 30%로 나타났다. 8월도 마찬가지다.
올해 비가 많이 온다면 북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 수온이 높은 탓이다.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해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올 확률이 높이 때문이다.
강우량 자체보다 강우 유형 변화가 더 큰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강우 빈도·강도 변화와 함께 잦은 국지성 호우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집중호우 횟수는 지속 증가 추세다.
기상청이 작성한 ‘2022년 장마백서’를 보면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최근 20년(2001∼2020년) 동안 1970~1990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인명 피해 사례도 2020년 69명, 2022년 30명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2020년 1조2500억원, 2022년 5300억원을 기록했다.
기상청이 올해 강수량 증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가운데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장마로 이미 제주와 울산, 경북 포항, 경남 거제 등은 시간당 30㎜가 넘는 집중호우를 겪었다.
부산에는 13일 시간당 61.2㎜의 비가 내렸다. 이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6월 기준 시간당 최고 강우량이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를 걱정해야 한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올여름 기온은 지난해보다 더울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기온 전망을 보면 6월 평균 기온이 평년(21.1~21.7℃)보다 높거나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11개국 기상 당국 474개 기후예측모델 전망치를 봐도 올여름 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망치 평균을 보며 6월은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58%, 7월은 64%, 8월 71%다.
작년보다 더운 올해…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 될 듯
기상청은 올여름 특히 무더위를 예상하는 이유로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태를 꼽았다. 현재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0.5℃가량 높다. 이 경우 대류 활동이 활발해진다. 활발한 대류 활동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을 주로 형성한다. 이 경우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게 되고, 이는 무더위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여름 사상 최악의 무더위 역시 열대 서태평양 상승 기류로 발생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한 결과다. 서울에서 34일 연속 열대야라는 기록이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철 기온은 지속 상승 중이다. 2023년 월평균 기온은 6월 22.3℃, 7월 25.5℃, 8월 26.4℃였다. 지난해는 6월 22.7℃, 7월 26.2℃, 8월 27.9℃로 전년보다 1℃ 가까이 높아졌다.
올해도 이미 지난달부터 무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은 아침 최저기온이 23℃를 기록했다. 관측 사상 가장 더운 5월 아침이었다. 낮 최고기온 역시 30.8℃를 기록하면서 올해 최초 30℃를 넘긴 날이 됐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달 ‘여름철 홍수 대책’을 통해 집중호우에 대비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댐 방류, 예상 강우로 인한 홍수 상황을 3차원 가상 세계에 시각적으로 표출하는 ‘댐·하천 가상모형(디지털트윈)’을 이달 중순부터 시범 도입한다. 하천 주변 사람과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알리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도 도입한다.
최근 도입한 AI 홍수예보·도시 침수 예보를 개선한다. AI 홍수예보를 도입하면서 홍수특보(홍수주의보·경보) 발령 지점 수를 75곳에서 223곳으로 늘렸다.
국민이 홍수 위험 상황을 쉽게 알고 위험지역을 벗어나도록 홍수 정보 전파는 확대한다. 그동안 223곳의 홍수특보 지점에 대해 특보 발령 시 안전안내문자(CBS)와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해 왔다.
올해부터는 전국 933곳 수위관측소에서 실시간으로 위험이 상황이 인지되면 안전안내문자(CBS) 및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위험 상황 지역 국민에게 신속 대피 등 안전 정보를 통보한다.
자연재난대책기간 중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를 활용해 빗물받이 막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지자체 빗물받이 청소 여부도 집중 점검·관리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후위기로 급증하는 극한 강우 유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 예측과 빠른 전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환경부는 현장 위험 요소에 대해 선제적 대비를 강화하고,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올여름 홍수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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