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조원 '추경 드라이브'에…한은, 7월 기준금리 방정식 '복잡'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6.19 15:53  수정 2025.06.19 16:01

경기부양 공조냐 가계부채 방어냐

미 연준 동결에 한미금리차도 부담

다음달 통화정책 방향 딜레마 빠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처리되면서 한국은행의 7월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대한 셈법도 복잡해졌다.


새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에 발맞춰 금리 인하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가계부채를 우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세출은 20조 2천억원 확대 편성됐고, 세수 결손분을 메우는 세입 추경 10조 3000억원을 포함하면 총 30조 5천억 원 규모다.


이재명 정부에서 마련된 첫 추경으로, 경기 부양에 방점이 찍힌 만큼 재정 투입으로 경기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결정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고심 역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내수 회복이 시급한 만큼 추경에 더해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경기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가계부채, 한미 금리차 확대 등 발목을 잡는 위험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그동안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꾸준히 언급하면서, 통화정책도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밝혀 왔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75주년 기념사에서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제 1목표인 '물가 안정'에 있어서도 우려가 적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추경이) 성장에는 기여하지만 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웅 부총재보 역시 추경 규모가 20조원 안팎일 경우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내년에는 약 0.1%포인트(p)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러 대내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오는 7월에는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연준이 지난 1월 이후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한미 금리차도 역대 최대폭인 2.0%p로 유지됐다.


이런 상황에 한국이 단독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변동성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동분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만큼 금리차 확대는 환율 상승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는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빚을 더 내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가계부채를 더욱 급증시킬 수 있다.


유동성이 증가하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을 더욱 밀어 올리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은 수도권 주택 가격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선호지역의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하다"며 "금융완화 기조가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 역시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 위험을 점검하면서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도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외환시장 등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추경으로 인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시장의 기대 심리를 불필요하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한국은행 입장에서 지난 5월에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마음 편히 인하를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인하를 결정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금리차와 주택시장 등 불안 요소에도 새 정부에 대한 '프렌들리(친화적인) 제스쳐'로 인하할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