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이 고등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이들의 독자적인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법적 다툼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던 시도는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의 결과로 돌아왔고, 뉴진스는 이제 돌아가기도, 나아가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 민사부는 최근 뉴진스가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항고를 기각했다. 이는 앞서 1심 재판부가 내린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법원이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전속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며, 뉴진스에게는 계약을 존중할 의무가 있음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뉴진스가 어도어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음반을 발매하거나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모든 연예 활동은 불가능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위반행위 1회당 10억원의 배상금을 기획사 측에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조항도 명시했다. 멤버 5인이 함께 독자 활동을 할 경우 인당 10억씩, 총 50억원을 어도어에 물어내야 한다. 신청에 따른 소송 비용 역시 뉴진스 측이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법원은 계약의 안정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뉴진스 측이 주장한 ‘신뢰 파탄’의 근거들이 계약을 무효화할 만큼 중대하다고 인정받지 못한 이상, 법원의 판단을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뉴진스가 선택한 법적 대응은 오히려 자신들을 옥죄는 족쇄가 되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와 독자 활동 의지 피력 등은 사태 해결보다는 갈등을 심화시켰고, 결국 법적으로 어떤 명분도 얻지 못한 채 활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위기 앞에 서게 된 셈이다.
반면, 소속사 어도어는 법적 분쟁 초기부터 일관되게 ‘뉴진스와 함께하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고등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에도 어도어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결정이 멤버들이 다시 ‘뉴진스’라는 제자리로 돌아와 활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다음 달이면 데뷔 3주년을 맞는 뉴진스가 보다 큰 도약과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회사는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대화와 화해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는 단순한 원론적 입장을 넘어, 뉴진스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명분을 제공하려는 적극적인 제스처로 풀이된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어도어의 이러한 행보가 매우 전략적이라고 평가한다. 법적으로 완벽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상대를 압박하기보다는 포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고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만약 뉴진스가 이 제안을 거부한다면, 모든 책임은 대화의 문을 닫은 뉴진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뉴진스에겐 현재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가수로서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소속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끝까지 소속사에 맞서면서 긴 법적 다툼과 그로 인한 활동 중단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다만 뉴진스 멤버들이 앞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서 여러 차례 어도어가 내민 화해의 손길을 뿌리쳐왔던 터라 다시 어도어로 돌아가는 결정이 쉽진 않을 듯 보인다.
문제는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것이 자신들의 명분을 지키는 길일 수 있으나, 케이팝 시장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르세라핌, 아이브, 에스파 등 최정상급 걸그룹들이 앨범 발매와 월드 투어 등 활발한 활동으로 팬덤을 확장하고 있고, 신인 아이돌 그룹들도 다수 등장하면서 팬들의 관심은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아티스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뉴진스의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이들을 기다리던 팬덤의 이탈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특히 케이팝 팬덤은 충성도가 높으면서도 유동성이 큰 특징을 보인다. ‘최애’ 그룹의 활동이 멈추면, 그 빈자리를 다른 그룹이 채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뉴진스의 독자 행보를 지지하던 일부 팬들조차 최근에는 “차라리 어도어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선택의 공은 뉴진스에게 넘어갔다. 법적 다툼의 실익도, 명분도 잃은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다. 데뷔 3주년을 한 달 앞둔 현재, ‘뉴진스’로서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자,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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