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분기점-중] K-소재사 LFP 총력전…中 독점에 반격 나선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6.19 06:00  수정 2025.06.19 15:32

전기차 대중화 전환점 진입으로 LFP 수요 급증…소재 시장 구조 재편 본격화

글로벌 톱은 중국이 장악…IRA·고율관세 속 국내 소재사 '비중국 공급망' 키워드 부상

엘앤에프 등 국내 소재사 잇따라 LFP 진출 선언…일부는 양산 계획 조정하며 '속도 조절'

LFP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양극재 시장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삼원계 중심이던 수요 구조가 리튬인산철(LFP)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소재업계도 전략 수정에 나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세 강화 등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며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생산 전환, 기술 개발, 해외 진출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본지는 3편에 걸쳐 LFP 양극재 양산을 선도하는 엘앤에프, 후발 K-소재사의 대응 현황, 그리고 리튬 대체 흐름까지 양극재 시장의 대전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리튬인산철(LFP)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도 사업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한때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하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중저가 수요 확대와 비(非)중국 공급망 확보 흐름에 대응해 LFP 양극재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 선점과 낮은 수익성이라는 진입 장벽은 여전하지만, 미국 IRA와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는 국내 소재사들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 돌파한 LFP, 소재시장도 뒤흔든다”
NCA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주행거리 및 무게 비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진입하면서 배터리 소재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바탕으로 한 장거리 주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국내 업체들은 주로 삼원계 배터리를 앞세워 고성능 중심의 기술 경쟁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에 진입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저가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채용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LFP는 삼원계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높아 단거리 위주의 보급형 모델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량 소비처에서 수요가 많다. 특히 가격 면에서 장점이 큰데, 삼원계 배터리를 LFP로 전환할 경우 차량 제조원가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기존 중저가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던 미드니켈 제품군조차 LFP로 빠르게 대체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도 LFP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 출력, 수명 등 주요 특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와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한다.


LFP 양극재 장착량 추이 및 주요 공급업체별 비교. ⓒSNE리서치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LFP 양극재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78.2%)는 삼원계 양극재(18.0%)보다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양극재 적재량에서도 56.2%를 차지하며 삼원계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시장 규모도 글로벌 LFP 양극재 시장은 지난해 약 120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38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13.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한 곳은 없고 글로벌 톱6는 모두 중국 소재 업체들이 점령하고 있다. 결국 LFP 수요의 급증은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산 소재에 대한 50% 고율 관세 등 비중국 공급망을 요구하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비(非)중국계 공급망 확보는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회의론에서 총력전으로…K-소재사, LFP 잰걸음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들의 전략 변화로 이어졌다. LFP 시장의 급성장은 기업들에겐 부담과 기회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021년까지만 해도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은 LFP 배터리에 회의적이었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은 삼원계, 특히 하이니켈 배터리가 주도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LFP는 저가형 전용에 불과한 기술로 여겨졌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은 당시 하이니켈 시장 성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LFP 양극재 개발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가격 경쟁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LFP 수요가 폭증하면서 2022년 이후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도 차례로 LFP 양극재 개발에 착수했고 일부는 파일럿 생산을 본격화하며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인터배터리2025의 엘앤에프 부스 전경.. ⓒ엘앤에프

대규모 LFP 양극재 양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 소재사 중에서는 엘앤에프가 가장 앞서 있다. 엘앤에프는 이미 최근 주요 국내 배터리사와 공급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파일럿 라인을 조기 구축해 북미 완성차의 양산 일정에 맞춰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국내 업체로 고객사 확보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내년 4분기 대구 구지3공장에서 연산 5만t LFP 생산을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 LFP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25%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 파트너사 미트라켐에도 약 145억원을 투자해 북미 현지 공급망 구축도 추진 중이다.


LFP에 회의적인 태도였던 에코프로비엠도 2022년 말 중장기 성장전략에 LFP 양산을 포함시켰다. 현재 연산 3000t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운영 중이며 올해 2분기부터는 고객사 대상 샘플 공급을 하고 있다. 고객 반응에 따라 본격 양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인터배터리2025의 포스코퓨처엠 부스 전경.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은 비교적 이른 2022년에 이미 LFP 양극재 기술 개발을 완료했고 이듬해인 2023년 관련 사업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5년부터 연 2만t 생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15만t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화학도 2023년에 중국 화유그룹과 함께 당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t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모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LFP는 북미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보다 순수전기차(EV)용으로 검토하고 있다.


동박이 주력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마저 2023년 LFP 양극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LMO(리튬망간산화물) 설비를 개조해 연 1000t 규모 LFP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지난 2월부터 국내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 중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자사의 3세대 LFP 제품이 고객사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LFP와 구조와 제조법이 유사한 자사의 리튬망간산화물(LMO) 양극재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업체 중에서는 탑머티리얼이 연 3000t 규모의 LFP 양극재 공장을 올해 8월 준공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일정상 가장 앞서 있지만 대규모 양산에는 아직 이르다.


양산 미뤄진 LFP…자금·고객·중국 장벽 '3중 부담'

다만 국내 소재사들의 LFP 진출은 여전히 변수도 많다. LG화학은 지난해 2026년 양산 예정이던 모로코 LFP 양극재 일정을 1년 순연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포스코퓨처엠은 LFP와 LMR(리튬망간리치) 양극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공식화했지만 실제 사업 비중은 LMR 쪽에 더 실리고 있다. 당초 올해 2만t 규모의 LFP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TF(태스크포스) 조직만 구성된 상태다. 반면 LMR은 지난해 파일럿 생산에 성공한 이후 올해 안에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고객사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세종 기술연구소 파일럿 플랜트에서 LMR 양극재 제품 생산을 테스트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이렇듯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의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환점)에 진입하면서 고성능 중심의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고 배터리 업황 전반도 둔화되면서 소재 업계의 투자 여력 자체가 약화됐다. 이 가운데 신규 공장 증설 등 선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미 시장을 선점한 중국산 LFP 제품의 가격 경쟁력 역시 만만치 않은 진입 장벽이다. 중국 내 소재사들이 보유한 규모의 경제와 원재료 조달력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 따라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배터리 산업 특성상 고객사의 선주문과 인증 확보 없이는 양산을 본격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LFP는 마진이 적기 때문에 t당 4000~5000달러 이하로 낮춰야 시장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FP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가격으로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고부가 LFP로 차별화하고 글로벌 고객 맞춤 전략과 IRA·ESG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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