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뉴진스 멤버들의 항고를 기각했다. 이로서 뉴진스의 4연패다. 반면 어도어의 신청은 전부 인용됐다.
지난 3월에 법원이 뉴진스 독자 활동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에 대해 뉴진스 멤버들이 같은 재판부에 바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그러자 고법에 항고했는데 그조차 이번에 기각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뉴진스가 가처분 재판에서 3연패했다.
한편 법원은 어도어가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도 지난 5월에 받아들였다. 뉴진스가 독자 활동을 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멤버별로 10억 원을 어도어에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것까지 계산하면 뉴진스의 4연패가 된다.
이번에 재판부는 "항고 이유가 1심에서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출된 자료와 법리 검토 결과 기존 결정은 타당하다"라고 했다. 이것이 충격적인 이유는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 가처분 결정 이후에, 앞으로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1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재판부의 말을 보면 추가 증거 제출은 없었거나 미미했던 것 겉다.
그렇다면 증거를 제출하겠다는 말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증거라면 앞으론 나올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앞으로도 뉴진스가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으로 제출할 결정적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뉴진스 멤버들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현 상황을 뒤집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뉴진스 멤버들도 이제는 현 상황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가처분은 가처분일 뿐 본안 소송을 두고 봐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본안 소송은 가처분보다 뉴진스에게 더 불리하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티스트가 활동을 못하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젊은 아이돌이 전성기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서 발생하는 피해는 돌이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도 본안 소송 판단 전에 아티스트에게 활동금지를 강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상 대형 기획사보다는 아티스트에게 온정적인 관행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활동금지 가처분이 4차례에 걸쳐 인용된 것이다. 법원이 얼마나 뉴진스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이러니 본안 소송도 뉴진스에게 유리해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법원은 뉴진스가 독자 활동을 할 경우 어도어가 불이익을 입는다며 활동금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했듯이 활동을 못하면 아티스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피해가 발생한다. 법원 판단은, 어도어의 불이익은 안 되지만 뉴진스의 치명적 피해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어도어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법이 보호해야 하고, 뉴진스의 독자활동은 잘못된 것이니 그로 인한 피해는 자업자득이라는 시각이다.
법원의 시각이 이런 정도라면 뉴진스도 이제는 한 발 물러서야 하지 않을까? 뉴진스는 하이브-어도어가 자신들의 활동을 저해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민희진 사태가 터진 후부터 하이브가 뉴진스의 성공을 방해한다는 해괴한 말들이 돌았었다. 뉴진스를 위하는 건 뉴진스 엄마 민희진뿐이라고들 했다.
이게 해괴한 논리인 이유는 뉴진스가 하이브-어도어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이익이 곧 하이브-어도어의 이익인데 왜 뉴진스 활동을 방해한단 말인가? 세상엔 말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진실을 드러낼 때가 있다. 민희진의 이해관계는 뉴진스의 이익과 결부돼있을까? 뉴진스는 민희진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뉴진스 이익이 곧 민희진의 이익은 아니다. 민희진의 이익은 별개다.
민희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뉴진스를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태 초기부터 뉴진스를 거론한 것 말이다. 이런 진흙탕 싸움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지만 민희진은 뉴진스를 거론했다. 이건 뉴진스를 위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반면에 하이브-어도어는 사태가 진행된 내내 애처롭고 답답할 정도로 뉴진스에게 저자세였다. 뉴진스가 피해를 입으면 그게 결국 하이브-어도어의 피해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공격할 수 없어서였을 수 있다.
과거 솔로몬 판결에서 서로 아이 엄마라는 두 사람에게 아이를 갈라 반씩 가지라고 하니까, 가짜 엄마는 동의했는데 진짜 엄마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뉴진스 논란에서도 진짜 뉴진스 엄마(?)인 하이브-어도어는 필사적으로 뉴진스 이미지를 지켜가며 최소한의 법적 대응만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뉴진스 홍보 활동도 여전히 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뉴진스 멤버들도 이런 부분을 돌이켜볼 때다. 말이 아닌 이해관계, 구조를 봐야 한다.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가 자신들을 방해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민희진의 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정말 있었다면 그게 과연 사실일까? 이런 걸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민희진은 기자회견 한 방으로 전 국민을 자기 편으로 만들 만큼 엄청난 언변과 카리스마의 소유자이니 그녀와 지속적으로 접촉한 뉴진스 멤버들이 그녀를 맹신하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가처분 항고심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자신이 어도어를 독립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며 ‘어도어와 멤버 통합 구조의 기초를 파괴하는 입장’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민 전 대표의 진실이 뉴진스 멤버들의 믿음과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 부분은 민 전 대표 관련 소송에서 더 정확히 밝혀질 텐데, 어쨌든 당장 중요한 건 4연패로 패색이 짙어 보이는 뉴진스의 선택이다. 앞으로 본안 소송을 다 치를 때까지 지금과 같은 상태면 활동정지로 인한 뉴진스의 피해가 너무나 크다. 이미지 추락도 엄청날 것이다.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이길 가능성도 낮아 보이는 소송 때문에 그런 피해를 감수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니 현 단계에선 뉴진스가 어도어로 복귀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어도어는 지금 해외 유수의 작곡가들에게 뉴진스의 신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 계약이 유지되는 한 뉴진스가 잘 되는 것이 하이브-어도어의 이익인 구조이기 때문에 뉴진스가 하이브-어도어에게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만약 지금까지 누군가가 뉴진스 멤버들에게 계약 이탈하라고 부추겼다면 바로 그 사람이 뉴진스의 적일 가능성이 있다. 2심 재판부는 "전속계약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 바로 이게 법질서이고 사회 윤리다. 이걸 어기면 뉴진스는 법적 경제적 불이익과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된다. 계약 이탈을 부추긴 사람이 정말 있다면 그 사람은 뉴진스에게 그런 자해적 행위를 유도한 셈 아닐까.
‘당연한 의무’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뉴진스의 앞길도 열릴 것이다. 모든 판결이 다 불리하게 날 때까지 버티는 것보다 지금 단계에서 복귀하는 것이 뉴진스의 피해를 최소화할 길일 수 있다. 피프티피프티 원 멤버들은 요즘 상황이 좋지 않고 소속사로 복귀한 키나만이 정상 활동을 하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과 부모들이 심사숙고할 부분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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