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빠른 장마 시작…빗길 사고 치사율 맑은 날보다 1.3배 높아
젖은 노면 제동거리 최대 1.8배…타이어·와이퍼 등 기본 점검 중요
감속·차간 거리 확보는 필수…ABS·TCS 장착 차량도 빗길선 제한적
포트홀·침수도로 사고 대응 요령 숙지…“타이어 3분의 2 잠기면 탈출”
6월 중순, 예년보다 앞당겨진 장마가 전국을 덮치며 빗길 사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운전 불편을 넘어 교통사고 치사율까지 동반 상승하는 시기지만, 운전자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수막현상, 침수, 시야 불량 등 장마철 도로의 복합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운전습관과 차량 상태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빗길 사고 치사율 1.3배…제동거리도 최대 1.8배 증가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우천 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만5873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592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사율은 1.65명으로, 맑은 날(1.24명)보다 약 1.3배 높은 수준이다. 빗길 사고가 단순 접촉사고를 넘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노면 상태별 통계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젖음·습기’ 상태일 때 교통사고 치사율은 1.90명으로, ‘건조’ 노면에서의 1.27명보다 약 1.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차종별 실험에서도 제동거리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실시한 빗길 제동 실험 결과, 승용차의 경우 마른 노면에서 제동거리가 9.9m였으나 젖은 노면에서는 18.1m까지 늘어나 최대 1.8배 차이를 보였다. 화물차는 15.4m에서 24.3m로 1.6배, 버스는 17.3m에서 28.9m로 1.7배 길어지는 등 모든 차종에서 젖은 노면의 제동성능 저하가 확인됐다.
장마철 차량점검 4대 항목…타이어·와이퍼·등화장치·에어컨 필수
빗길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사전 차량점검이 선행돼야 한다. 핵심 항목은 타이어 마모도·와이퍼와 워셔액·전조등과 후미등·에어컨 네 가지다.
먼저 타이어는 수막현상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마모한계선 이전에 교체해야 한다. TS 시험결과 시속 100㎞ 이상 주행 시 마모 타이어의 제동거리가 새 타이어 대비 최대 1.5배 늘어났다. 수막현상은 고속 주행 중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물막이 형성돼 조향·제동이 불가능해지는 현상이다.
와이퍼·워셔액 점검도 필수다. 고무날이 닳거나 이물질이 묻으면 유리창이 제대로 닦이지 않아 시야 확보가 어렵다. 워셔액을 분사한 뒤 와이퍼를 작동해 얼룩·소음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
전조등·후미등 등화장치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뿐 아니라 상대 차량의 인지에도 직결된다. 출발 전 점등 상태를 확인해 불량이면 교체해야 한다.
장마철 실내 습기를 줄이려면 에어컨 작동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제습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유리 김 서림으로 시야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감속은 기본, 가속도 부드럽게…빗길엔 조작 하나하나가 안전
빗길 운전의 기본은 감속과 차간 거리 확보다. 젖은 노면은 마찰력이 떨어져 제동거리가 평소보다 길어지며, 차량이 미끄러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속도를 낮추고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최근 차량에는 바퀴잠금방지장치(ABS)가 대부분 기본 탑재돼 있어 급제동 시에도 바퀴 회전을 완전히 멈추지 않도록 자동으로 제동력을 조절한다. ‘드드득’ 하는 진동과 함께 차량을 일정하게 감속시키는 기능이지만,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ABS가 장착돼 있더라도 빗길에서는 반드시 평소보다 감속 운전이 필요하다.
가속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노면이 젖어 있을 경우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바퀴가 헛도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경우 구동력 제어장치(TCS)가 작동해 가속을 제어하거나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작동시켜 미끄러짐을 방지한다. 가속 페달은 천천히, 일정한 압력으로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트홀·침수도로 대응법 숙지…“타이어 3분의 2 잠기면 탈출 시점”
장마철 폭우로 인해 아스팔트가 손상되며 포트홀(도로 함몰)이 다수 발생하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 포트홀은 빗물에 젖은 도로 위에서 색상이 어두워져 가까이 접근하기 전까지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으며, 타이어 손상이나 휠, 서스펜션, 얼라인먼트(조향 정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집중호우로 도로 수위가 높아지면 지하차도·저지대·상습 정체 구간을 우회해야 한다. 도로 침수 시에는 가급적 통과를 피해야 하지만, 불가피할 경우에는 침수 수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승용차 기준 타이어의 3분의 1 이하까지만 잠긴 경우에만 통과를 시도해야 하며, 배기 파이프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저속 기어 상태에서 일정한 속도로 가속페달을 유지하며 주행해야 한다. 통과 후에는 저속 주행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반복 작동해 제동 장치를 건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침수 구간에서 시동이 꺼졌다면, 절대로 재시동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엔진 흡기계에 물이 유입되며 워터해머(물 유입으로 인한 엔진 손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이 빠르게 침수되기 시작한 경우엔 신속한 탈출이 최우선이다. 통상 타이어 높이의 3분의 2 이상이 물에 잠기면 탈출을 고려해야 하며, 차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 비상탈출용 망치 또는 헤드레스트를 이용해 창문 모서리를 깨고 탈출해야 한다. 수위 차가 약 30cm 이내로 줄어들어 수압이 평형을 이루면, 문을 열고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